한화오션이 하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시행 전에 기업들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한화오션과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큰 걸음을 내딛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회는 2022년 6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 1도크를 점거하고 51일간 농성을 벌였었다. 당시 회사는 이에 대한 손해액을 산정하고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에는 소송이 한화오션의 몫이 됐었다.
한화오션 측은 "단순히 민사소송을 취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화오션과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며 새로운 출발"이라며 "지난 갈등의 과정을 뒤로하고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손배소송 취하는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소송 취하 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노란봉투법 취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합의"라고 언급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게끔 만든 이 법은 지난 9월 공포됐고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법의 본격 시행 전에 하청 노동자 사이의 부담을 떨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가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 3건에 대한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지난 2010년, 2013년, 2023년 파업과 관련해 현대차가 총 3억68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었다. 현대제철 역시 2021년 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조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4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기업과 하청 노동자 간 갈등이 일견 봉합되는 모양새이지만,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또다른 균열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하청 노조의 원청을 향한 직접 교섭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형수 하청지회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5 단체교섭 요구안'을 들고 "손배소송을 취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오늘 취하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