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무형 리더를 발탁하고 중용했다."
SK그룹 관계자는 30일 진행된 사장 11명, 부회장 1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차세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해 기존 사장단과 함께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한 게 인사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주사인 SK㈜와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의 CEO(최고경영자)들을 유임시킨 것은 '안정'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된다. 유심 해킹 사건과 같은 악재로 SK텔레콤 등의 CEO를 불가피하게 교체하는 와중에도 그룹이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는 의미다.
예컨대 장용호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SK㈜ 대표 겸임을 이어가기로 했다. 에너지·화학·배터리 사업의 반등을 책임져야 하는 장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업무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결과는 유임이었다. '장용호 그립'은 더욱 강해질 게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장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추형욱 대표이사와 각자대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K그룹의 '변화' 의지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장단이 꾸려지게 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은 1976년생이다. 한명진 SK텔레콤 통신 CIC장(1973년),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1971년), 김완종 SK㈜ AX 사장(1973년), 정광진 SK실트론 사장(1970년) 등도 1970년대생이다. 송창록 SK머티리얼즈 사장 등은 1969년생이다. SK㈜는 장 사장을 대표직에 유임시키면서도 1969년생인 강동수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을 사장으로 삼았다.
차세대 리더 발탁의 기준은 현장 실무 경험과 R&D(연구개발) 역량으로 요약 가능하다. SK온이 이용욱 SK실트론 대표를 사장으로 낙점한 게 대표적이다. 이용욱 사장은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사장을 역임하며 쌓아온 제조업 및 소재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 제조·운영 전반을 맡는다. 기존 이석희 사장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관리 강화 및 연구개발(R&D) 기술 혁신을 담당한다. 유정준 부회장은 SK온을 떠나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SK아메리카스 대표 직에 집중한다.
SK이노베이션 E&S의 이종수 사장은 LNG(액화천연가스)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회사의 대표적인 LNG 전문가다. 그는 기존 SK이노베이션 사업과 LNG 밸류체인 협력을 확대하는 등 전기화 사업 역량 기반을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C의 경우 반도체 소재 사업 투자 자회사 SK엔펄스를 이끌고 있는 김종우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SKC는 최근 이 회사를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SKC는 글라스기판 상업화를 비롯한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신구 조화 리더십을 바탕으로 OI(운영개선)과 같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 리밸런싱·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는 게 숙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에만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넘길 정도로 순항 중이지만 배터리 등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재계 관계자는 "폭증하는 AI(인공지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 에너지 전환 역량을 갖추려면 변화가 절실하다는 메시지가 사장단 인사에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SK㈜ 부회장단은 최재원 수석부회장, 유정준 미주총괄, 서진우 중국총괄, 장동현 부회장을 포함해 총 5명이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까지 합치면 SK그룹 내 부회장은 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