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고문 "집토끼 지키고, 해외인재는 가족단위로"

안재용 기자
2025.11.12 06:04

[GK인사이츠 고문단 미래전략 좌담회/(하)]인재유출 막고, 고급 인재는 적극 영입해야

[편집자주]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고문단인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GK인사이츠 이사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유니콘 안나오는 이유는 인재 유출…파격적 대우 논의해야

(중편에 이어서)

-박 교수 : AI(인공지능), 공급망 재편 등 거대한 흐름이 '글로벌 경쟁의 룰'을 바꾸고 있다. 이 시기에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미래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 고문 : 글로벌 경쟁력 위해 필요한 것은 옛날에도 인재였는데 지금도 인재다. 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천재 1명이 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10만 명·100만 명인 것 같다.

지금 우수 인력들이 의대로 간다. 그나마 있는 이공대 인재도 절반은 해외로 간다. 데이터를 보면 40~50%가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안 나간 나머지 중에서도 30% 이상이 기회만 되면 나가고 싶어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핵심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고 유지하고, 그들이 만족할 환경을 기업과 나라가 조성하는게 중요하다.

중국이 사실 거시경제가 어려운데 기술쪽에서는 잘 나가고 있다. 6G(세대) 통신은 중국이 거의 표준을 잡을만큼 특허가 많고 AI를 중국이 잘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이 하이테크를 잘 하는건 인재 관리가 우리랑은 달라서다. 성공을 하면 엄청나게 보상을 한다. 해외 기업들도 한 사람을 데려오려고 수천억을 쓴다. 우리도 어떻게 핵심인재를 파격적으로 대우할 것인지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

▶박 고문 : 우리나라에 최근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이 드물다. 저는 그것이 좀 다른 징후로 보인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하나의 혁신이 돼 세상을 바꿨다. 그것에 부수적으로 나온 것이 스마트폰이다. 지금은 AI가 등장했다. 혁신마다 유니콘이 나온다. 자본시장이 밀어주는 것, 유니콘이 나오는 것을 버블이라고 한다. 혁신 산업에 안 가면 불안한 것이 돈의 속성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네이버가 나오고 SNS(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카카오가 나오는 등 우리 유니콘이 탄생을 했는데 AI라는 변화에도 왜 유니콘이 안 나오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유니콘을 만들수 있는 인재 집단을 해외 유니콘이 뽑아가 버린 것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유니콘이 되면 100배 리턴이 있고, 해외 유니콘에 가면 10배 리턴을 받는다고 할 때, 한국에서 창업의 리스크가 너무 크고 외국으로 나가는 게 쉬워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에서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해외인재 유치 필요, 이민청 만들어야…집토끼 키워야

-박 교수 : 그렇다면 인재 유출이 단순히 금전적 보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기업 환경이나 규제 문제라고 보시는 건가.

▶박 고문 : 파격적인 대우라는 것도 누구 기준에서 파격적인 건지 봐야 한다. 일론 머스크 경우(1조달러 보상안)를 보면 저런 대우가 정상이냐는 생각도 드는데, 그걸 혁신의 에너지로 쓸 수 있게 하면 긍정적인 것이다.

천재를 아껴야 한다. 천재는 돈만 요구하지 않는다. 한 SF영화 '엘리시움'를 보면 신체재생기술을 가진 공동체가 나오는데 거기에는 사람이 모인다. 아무리 다쳐도 낫고 영생하니까 그렇다. 영화에서 신체재생 기술을 가진 사람이 지구에서 도망쳐 궤도선에 머무는데 이유는 그런 기술을 가지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그런 기술을 가졌다면 누군가는 잡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파격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보호해야 한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시스템을 기존과는 다른 곳에 세울 수밖에 없다.

▶신 고문 : 역사를 봐도 제국에는 인재가 들어온다. 인재가 이동하는 경로가 제국의 흥망을 나타낸다. 미국이 놀라울 정도로 수학이 약한데 미국이 받아들인 아시안들이 수학을 엄청 잘한다. AI를 만든 것도 캐나다로 이민간 러시아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 가서 만든 것이지 않나. 기업도 나라도 인재가 유입이 되야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김창현

-박 교수 :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박 고문 : 호주에는 이민국이 있다. 우수한 인재에게 이민국에서 세일즈를 한다. '우리나라 와서 살면 뭐가 좋다' 홍보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우리나라 인재들이 물론 우수하지만 인재를 더 유치하는 '이민청'을 만들어서 전략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K컬쳐 인기가 많아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유럽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미국과 다르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있는데, 그와는 다른 개념의 고급 인재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

▶황 고문 : 인재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있는 인재를 어떻게 잘 활용할건지 고민해야 한다. 나간 인재(산토끼)를 잡으려 고민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집토끼를 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이 이에 투자하기는 너무 수익률이 낮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 직업 교육을 해야 한다. 나라가 예산을 만들어서 교육에 반영을 해줘야 한다. 지방대학가보면 허우적거린다. 죽겠다고 한다. 지원해줘야 한다. 이민은 가족으로 받아야 한다. 가족 단위로 안 받으면 월급받아서 다 해외로 보낸다. 가족을 받으면 수요가 여기서 유지된다.

-박 교수 : 전 고문께서는 인터넷 시대를 열었던 초기 창업자로서 '디지털 전환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AI 시대 변화를 예측한다면?

▶전 고문 :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기다. 새로운 논리(logic)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모태신앙을 갖고 커온 사람들이다. 경쟁을 해야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높은 위치에 가야한다고 알았다. 지금은 그것이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제가 보기에는 못갈것같다. 못가면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단순히 자본주의를 멈추고 새로운 것을 해야하나. 우리는 '살림'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살림은 다른 사람을 살리는게 우리를 살리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비즈니스 모델로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으로 유닛이 실천한 탄소 감축량을 디지털로 정량화하고, 여기에 '아프리카 마을을 문명화했다'는 등의 서사(네러티브)를 입혀, 부유층이 슈퍼카 대신 '마을을 살렸다'는 명예(영예용 아셋)를 소비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 모델이 AI의 발전 방향 또한 '돈벌이'가 아닌 '살림'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 유닛 모델이 국내 지역 소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으며, 유닛의 자급자족으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AI 데이터센터가 활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무기 대신 이 '살림 유닛' 패키지를 제공하는 전략적 활용도 가능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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