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노동유연성 개선… 경직된 노사관계가 관건

유선일 기자
2025.11.12 04:25

30년 이상 장기근속 임금, 1년차 대비 2.95배↑
'연공체계' 안 바꾼채 5년 연장, 인건비 부담 가중
근로시간·복지등 유연화, 재계-노동계 인식차 커

65세 정년연장 도입에 따른 비용 추정/그래픽=최헌정

재계는 법정 정년연장 관련 논란의 근본 원인이 '노동(임금·고용) 경직성'에 있다고 본다. 높은 임금 연공성, 낮은 고용 유연성을 개선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될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노동계에 있어 '노동 유연성 제고'는 정년연장보다 민감한 주제라 재계와 합의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를 제안한 것은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법정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될 경우 기업은 추가로 5년 동안의 임금지급 부담이 생긴다. 연공급 임금체계 때문에 성과·직무에 관계없이 근무연수가 오래된 직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기업이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무리 합리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려 해도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는 사실상 변경이 어렵다. '취업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동조합(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소수기업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0명 이상 사업장의 호봉제 도입률은 63%에 달했다. 100명 이상인 사업장의 도입률도 52.6%다. 호봉제 도입비율은 노조가 있는 경우, 그리고 금융·공공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근무연수에 따른 임금격차도 크다. 한국의 근속 30년 이상 장기근속 근로자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대비 2.9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일본(2.27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총은 "높은 임금 연공성은 생산성과 임금간 괴리를 키워 고성과자에게 가야 할 보상이 저성과자에게 이전되는 불공정을 초래해 기업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밝혔다.

재계는 높은 임금 연공성, 경직성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고령자 고용부담만 지우면 개별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더불어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59만명) 고용에 따른 비용(임금 및 4대 보험료)이 연간 30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2000명을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노동연구원은 연공형 임금체계가 유지될 경우 앞으로 개별 세대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이 2023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7%, 노동부문만 고려하면 약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동 경직성을 개선하지 않고 정년을 늘리면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 중장년 '프리라이더' 확산으로 기업 활력과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프리라이더는 업무에 관심·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조직과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히는 업무행태를 의미한다.

다만 재계와 노동계간 인식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 유연성 강화가 고용불안, 임금삭감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정년연장은 고용·임금·근로시간·복지의 유연화를 의미하는 '노동 유연화'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도 "노동계는 유연화를 할 바에는 정년연장을 안하겠다고 할 정도로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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