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100% 탈중국' 불가능?…K배터리 소재 '딜레마'

최경민 기자, 김지현 기자, 김도균 기자
2025.11.13 07:30

[MT리포트]탈중국 배터리 소재(下)

[편집자주]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확보. 그 자체가 '자원 안보'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미국 등이 보장하는 거액의 보조금을 확보하는 길이다. 기업들은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그 길을 향해 과감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광산 찾고, 지분율 낮추고…中 '자원 무기화'에 맞서는 '탈중국'

③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 탈중국 전략/그래픽=김지영

2023년 중국이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자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긴장했다.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을 중국에서 조달받지 못할 경우 배터리 밸류체인이 '올 스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천연 및 인조흑연 전체 수입 중 94%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여전하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륨과 흑연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희토류·비스무트·인듐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 시도는 반복되고 있다. 연간 수 조원 단위로 커지고 있는 미국 AMPC(생산세액공제) 등 보조금 방어를 위해서도 탈중국이 필요하지만, '자원 안보' 차원에서도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인 셈이다.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2일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미네랄 리소스가 신규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의 지분 30% 인수를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연 27만톤의 리튬 정광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전기차 약 86만대 분량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5일 포스코홀딩스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캐나다 LIS의 아르헨티나 법인 지분 100% 인수를 결정하고 우량 염수 리튬 확보에도 나섰다.

이렇게 확보한 비(非) 중국 리튬은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의 '탈중국 양극재'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원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에서도 주요 탈중국 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일본 배터리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연달아 대규모 음극재 계약을 성사시켰다.

호주 미네랄 리소스社가 보유·운영 중인 서호주 워지나(Wodgina) 리튬 광산/사진=포스코홀딩스

LG화학은 고려아연과의 합작을 통해 설립한 한국전구체(KPC)에서 국산 전구체를 조달 중이다. 2022년 20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KPC는 연간 2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올해 초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중국 화유코발트가 참여한 구미 양극재 합작사의 지분 구조도 조정했다. 기존엔 LG화학 51%, 화유코발트 49%였지만, 일본 토요타통상이 화유코발트 지분 25%를 인수하며 중국 측 지분이 24%로 낮아졌다. 미국의 PFE(제한대상외국기업) 분류 기준인 '중국 지분 25% 미만'을 준수하기 위한 취지다.

제련 기업들도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힘을 준다. 고려아연의 자회사 켐코는 2027년 울산 온산공단에 연간 4만2600톤 황산니켈 생산 능력을 갖춘 '올인원 니켈제련소'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만든 고순도 황산니켈을 KPC 등 전구체 양산 기업에 공급한다는 게 고려아연의 전략이다. LS그룹은 울산과 새만금을 연결하는 '황산니켈-전구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로 중국의 벽을 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LG화학은 전구체 공정을 생략할 수 있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를 개발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흑연 등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들"이라며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확보한 원료 역시 탈중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 탈중국, 현실적으로 어려워"…韓中 배터리 오월동주

④ 탈중국 속 협력 기조

배터리 AMPC 수령 위한 탈중국 소재 비중/그래픽=윤선정

에코프로는 그룹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통합 양극재 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서 △니켈 등 원료를 저렴하게 구입해 △전구체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양극재 양산까지 진행하면서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에코프로는 이 비전 실행을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제련소인 그린에코니켈(GEN) 등의 지분 38%를 매입했다. 하지만 GEN의 경우 중국계 기업의 지분율이 52%에 달하고 있어서, 에코프로가 지분율 조정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국 측 지분율이 25%가 넘으면 미국에서 PFE(제한대상외국기업)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배터리에서 PFE 비중이 40%를 넘을 경우 완성차·배터리 고객사가 미국에서 AMPC(생산세액공제) 등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만봐도 중국 기업들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100% 중국을 피해 원료를 조달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니켈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리튬 정제 시장의 63%, 코발트의 80%, 흑연의 98%를 장악하고 있다.

에코프로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제련소의 모습

기술적 변수도 존재한다. LG화학은 지난달 중국 시노펙과 SIB(소듐이온전지) 핵심 소재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SIB는 리튬이 아닌 나트륨을 주로 활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로 △원재료 수급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으며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가 적으면서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SIB의 경우 중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중국 CATL 등은 이미 SIB의 양산 계획까지 세워뒀다. 중국은 2030년까지 전세계 SIB 제조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생산 거점이다. SIB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중국 측과의 제휴 속에 공급망을 확보하는 작업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은 물량뿐만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시장 선도 위치까지 올라왔다. 중국을 100% 배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면서도 중국 측과 실리적인 부분에서는 손을 잡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거래가 시장을 확장하는 의미 역시 있다. 지난 6월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체리자동차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고,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된 전지박을 유럽에 위치한 CATL 배터리 공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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