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도 비용도 줄인다…"에너지효율 향상이 산업 경쟁력"

권다희 기자
2025.11.13 16:01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한-독 기후환경 컨퍼런스]
" 에너지효율 제고→에너지 공급 안정, 비용 절감, 탄소감축 혜택"
"단순한 설비교체 아냐…국내에선 인식 변화가 가장 큰 과제"
"데이터, AI 기반 에너지효율 제고 분야 관심 급격히 확산"

(앞줄 왼쪽부터)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 외른 바이써트 주한독일부대사, (뒷줄 왼쪽부터) 신성 엔지니어링 김한영 이사, 정지희 KGCCI 부이사, 그리드위즈 류준영 사장,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임승빈 실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김성일 박사, 한국에너지공단 김길환 팀장, 지멘스 코리아 정하중 대표, 윌로펌프 서병철 부문장, 독일에너지청 디트마 그룬디히 산업무역본부장이 '한-독 기후 환경 컨퍼런스 2025'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국내 산업계의 에너지효율 제고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업과 연구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데이터분석과 인공지능(AI)으로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에너지효율 개선이 가능해지고 있는만큼 당장 실행가능하면서 탄소감축과 기업 비용 절감이란 '윈윈'이 이뤄지는 선택지여서다.

"에너지효율, 설비 교체 보다 AI 기반 공정개선 방점"

국내 에너지 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김성일 에너지효율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13일 주한독일상공회의소가 주한독일대사관과 서울 동대문 노보텔 호텔에서 연 '2025 한-독 기후 환경 컨퍼런스'에서 '산업부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에너지 효율의 핵심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에너지효율은 즉각적이고 영향력 있는 방안"이라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인 에너지효율은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 때문에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 된 동시에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을 보완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며 탄소 저감에도 중요하다"며 "에너지효율 개선만으로도 전세계가 목표한 2050년 탄소감축의 약 3분의 1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매년 이산화탄소 약 36.9기가톤 감축) 하에서 에너지효율 제고가 약 25%를 담당(비용 기준)할 수 있다. 전기화(20%), 수소(10%),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6%)을 뛰어 넘는 건 물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25%)만큼 비중이 크다.

이미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3배 확대와 함께 에너지효율 2배 개선에 한국을 포함한 약 130개 국가가 합의했다. 그만큼 에너지효율 제고는 전세계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의제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9월 확정한 123 국정과제에서 2030년까지 산업계의 에너지효율을 10% 이상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 책임연구원은 에너지효율 개선을 노후설비 교체 정도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효율 낮은 설비를 교체하면 2% 정도의 에너지 사용이 줄지만, 제조공정의 생산지연 등을 막는 방식은 8~10%, 데이터 기반으로 대응하면 15 % 이상의 효율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 그는 "산업계에서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한 AI 기반 제어기술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13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호텔에서 열린 2025 한독 기후환경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넷제로 미래를 위한 에너지 효율 향상과 그 이상의 혁신'을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사진제공=주한독일상공회의소

"에너지효율 개선력이 기업경쟁력"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기업과 연구소 인사들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효율 제고의 중요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인식과 더불어 에너지효율 개선을 단순한 노후설비 교체가 아닌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작업으로 여기는 인식 변화다.

토론 좌장을 맡은 임승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요관리실 실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많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와 전기화를 먼저 생각하지만 에너지를 적게, 잘 쓰는 게 기본 수단이자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며 "지금은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독일 펌프 전문 기업인 윌로펌프의 서병철 이사는 "고효율 펌프를 쓰면 30% 이상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지만 고효율 제품 전환에는 투자비용이 들어간다"며 "에너지 사용자의 인식이 가장 큰 도전 과제"라 했다.

에너지효율 개선을 설비 교체에 국한해 여기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재차 거론됐다.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는 "저효율 기기를 교체하는 것 보다 기존 설비를 AI나 디지털화로 분석해 효율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더 적게 들어감에도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국가들은 후자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했던 측면이 있다"며 "전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인식"이라 했다.

김한영 신성엔지니어링 R&D센터 이사는 에너지효율 제고의 동력에 경제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의 AI 산업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에너지효율 제고가 초기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산업의 1% 정도만 에너지효율을 향상하면 3500억원의 절감 효과와 10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영향력이 큰 선택지란 걸 강조했다.

에너지 관리 플랫폼 기업인 그리드위즈의 류준우 사장은 데이터 확보를 난제로 꼽았다. 그는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에너지 공급이 다양해지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에서도 유연성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류 사장은 "유연성이 중요해지며 데이터가 중요해졌지만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과제"라며 "산업에서 에너지 사용량 등은 중요한 데이터라 외부로 유출된다는 거부감이 크지만 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수집이라는 신뢰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대표가 환영사 하는 모습/사진제공 =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에너지효율 앞선 독일 "에너지효율 제고, 다양한 혜택 줘"

에너지효율 향상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되는 독일과의 협력 잠재력도 언급됐다. 마리 안토니아 폰 쉔부르크 주한독일상공회의소 대표는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지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독일은 에너지효율 제고에서 세계적이고, 한국은 역동적인 산업생태계와 놀라운 혁신 기술 적용 역량을 갖고 있는만큼 양국이 함께 힘을 합치면 전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에너지청 디트마 그룬디히 산업무역본부장은 경제적 인센티브, 기업 네트워크 지원책, 규제 등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독일의 3대 주요정책을 설명하면서 "탄소 감축의 가장 큰 잠재력은 반박의 여지 없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부문에 있다"고 했다. 그는 "분명한 건 에너지효율을 이루지 못하면 에너지전환 비용이 굉장히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에너지효율을 높이면 에너지효율 제고 자체 외에도 에너지 공급 안정성, 에너지 비용 절감, 탄소발자국 감소 통한 산업 경쟁력 향상 등 많은 혜택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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