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한국판 IRA(국내생산촉진세제)'에 '직접환급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자 상태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현행 세액공제 체계만으로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배터리 재도약을 위한 산업전략 국회토론회'에는 LG에너지솔루션(365,500원 ▲3,500 +0.97%), 삼성SDI(489,000원 ▲20,000 +4.26%), SK온 등 국내 배터리 셀 3사를 비롯해 에코프로(107,700원 ▲4,700 +4.56%) 등 기업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판 IRA'는 내달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국회로 넘어가 오는 11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하는 '직접환급제' 도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김남호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현행 제도에서 세액공제율을 높이더라도 적자를 내는 배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낼 수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직접환급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영두 SK이노베이션(98,400원 ▲4,700 +5.02%) 부사장은 "SK온의 경우 포드와의 북미 합작법인을 정리하고, 중국·헝가리 등 해외 생산시설도 정리한 데 이어 구성원들의 구조조정도 있었다"며 "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공격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생산량과 연계한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캐나다는 수익성에 관계 없이 투자비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중국 기업들 역시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성장 중이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향후 반도체 못지않은 전략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직접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의 꾸준한 확대에 따라 배터리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선박, 방산 등으로 배터리 활용처가 확대되는 중이기도 하다.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은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 패권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간 국내 업체들은 미국의 IRA나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등 외부 변수에 많이 의존해왔다"며 "이제는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희엽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무는 "배터리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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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부담은 변수로 꼽힌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완전환급제 대신 제3자 양도 방식이 거론된다. 제3자 양도는 기업이 세액공제 권리를 금융기관이나 다른 기업에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안정혜 율촌 변호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현금 지출이 발생하지 않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 한도나 일몰 기간을 설정해 관리를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