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적극적인 AI(인공지능)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보안'이다. 생성형 AI 도입 초기에 제품 기획이나 연구개발 과정에서 외부 AI를 활용했다가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적지 않다. 대기업이 외부 AI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자체 AI를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다.
AI 활용이 제조 현장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도 보안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K-성장시리즈' 보고서에서 CEO가 제조AI 전환을 망설이는 이유로 해킹 위협을 꼽았다. 제조장비가 AI과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연결되는 것은 그만큼 해킹이나 보안 위협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모델이 생산 라인을 직접 제어하는 만큼 보안 취약점이 실제 공정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랜섬웨어 공격으로 제조시설이 멈춘 해외 사례도 있다.
AI 장비 도입조차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이 고도화된 보안 체계를 자체적으로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조 AI의 거센 흐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탑승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위해 정부가 클라우드 기반 보안 서비스 등 필수 보안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률이 19.5%에 머무는 상황에서 보안 지원은 '선행 조건'이라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정부가 구상하는 AI 클라우드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도 중요하지만 GPU가 실제로 얼마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지, 장비를 더 효율적으로 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AI 업계에서는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GPU를 가상자산 채굴용으로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장비 도입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AI에 투자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한 기업의 55%가 '생산·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삼았다. 제조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제조 AI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보안 공백을 메우고, 효율성을 높일 정책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제조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