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미국 정부를 '백기사'(우군)로 확보하게 됐다. 안정된 경영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약 10조9000억원 규모(74억3200만 달러)의 제련소를 테네시주에 건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온산제련소를 모델로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해 아연,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핵심 광물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정책금융과 투자자 대출로 46억9800만 달러를 조달하고 미 상무부 보조금(최대 2억1000만 달러)도 지급된다. 고려아연의 직접 투자는 약 5억8500만 달러다. 미국의 투자는 고려아연으로도 직접 향한다.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구성한 합작법인(크루서블 JV)을 대상으로 2조850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여기에 미 전쟁부 등이 참여한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JV가 고려아연의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미 정부 측이 고려아연의 실질적 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모양새다.
최 회장 입장에선 미국 시장 공략과 함께 경영권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 수다. 최 회장 측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19명 규모(직무정지 4명 포함)의 이사회 가운데 11명의 이사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지켜냈다. MBK·영풍 측은 4명에 그쳤다. 하지만 MBK·영풍의 지분율은 44.24%로 고려아연 우호 지분의 합계(약 32%)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총회가 반복될수록 최 회장 측에 불리한 이사회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우려됐던 이유다.
미국 측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MBK·영풍의 지분율은 희석돼 40% 수준으로 감소한다. 반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미국 JV를 합쳐 39% 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이 주주총회에서 대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MBK·영풍이 노려왔던 '이사회 역전'의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MBK·영풍은 즉각 반발했다. 영풍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라며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내 전략적 지위 확보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