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내수 회복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절반 이상이 내년 경영 여건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5년내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 경영 환경 인식 조사'(150개사 응답)에 따르면 52.0% 기업은 내년 경영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응답했다. 이중 '매우 어려움'을 전망한 기업도 18.0%였다.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44.7%였고 '매우 양호'를 전망한 기업은 전체 응답의 3.4%에 불과했다.
내년도 대내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 및 회복 지연(3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인플레이션 심화(21.6%) △금리 인하 지연(또는 인상)(13.1%) △정책 및 규제 불확실성(12.5%) 등의 순이었다. 글로벌 리스크 요인은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26.7%) △보호무역 및 수출 장벽 확대(24.9%) △세계경제 둔화 및 회복 지연(19.8%) 등으로 조사됐다.
또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로는 △기업 규제 완화 및 규제 시스템 혁신(18.9%) △내수 진작(17.8%) △통상 불확실성 해소(16.9%) △금융·외환시장 안정화(15.8%) 등이 제시됐다.
내수 부진 우려가 계속되면서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최근 5년 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전국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6%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소비심리 위축(67.9%), 고물가(46.5%), 시장경쟁 심화(34.0%), 가계부채 부담(25.8%) 등으로 답(중복응답)했다.
업종형태별로는 온라인쇼핑이 2025년 대비 3.2% 성장할 전망이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인 대형마트(-0.9%)와 슈퍼마켓(-0.9%)은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마트는 온라인과 경쟁 심화,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 구매 트렌드, 할인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켓 역시 소비심리 위축과 온라인 유통채널과 경쟁 심화 등으로 근린 상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은 0.7%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에 힘입어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명품 소비와 엔터테인먼트 등 체험형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정체(0.1% 성장) 상태가 예상된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비용 상승 압박과 점포 간 경쟁 심화 등이 원인이다.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주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안정한 대외 여건과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기업들은 내년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중"이라며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과감한 규제 혁신과 함께 첨단·신산업 투자 지원, 내수·수출 활성화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도 서강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국내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통산업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업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K-뷰티, K-푸드 등 K-콘텐츠 연계 상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우스 시장 개척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