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실트론 인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두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 보통주식 1170만 주를 기초자산으로 주가수익스왑(PRS·장외파생상품거래) 계약을 맺기로 결의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9477억원(주당 8만1000원)이며 지분 처분 예정일은 2026년 2월 27일이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현재 약 68%에서 이번 매각 이후 50.06%로 줄어든다.
㈜두산은 이번 지분 처분 목적에 대해 '인수합병(M&A)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힌 만큼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SK실트론 인수전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산은 SK실트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3분기 말 기준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2171억원이며 이번 두산로보틱스 지분 처분으로 ㈜두산은 총 2조164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이 현재 확보한 현금만으로 인수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두산이 100%가 아닌 70.6% 지분을 인수하는 데다 SK실트론의 순차입금이 약 2조4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해서다.
반도체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톱티어의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사다.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2조1268억원, 영업이익은 3155억원을 기록했으며 SK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두산은 SK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두산은 앞서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통해 후공정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반도체 제조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을 추가하면 반도체 전공정 소재(웨이퍼)부터 후공정(테스트)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