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해외 주요 권역을 묶어 관리하는 '대권역제'를 축소했다. 각 권역본부의 권한을 강화해 보다 정교한 '현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조직개편으로 '인도아중동대권역장'과 '유럽대권역장' 직제를 폐지했다.
인도아중동대권역장 아래에는 인도권역본부와 아중동권역본부가, 유럽대권역장 산하에는 유럽권역본부가 각각 있었는데 '상위 조직'이 없어지고 권역본부만 남긴 것이다. 다만 미주대권역장은 종전대로 유지돼 북미권역본부와 중남미권역본부 사업을 총괄한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말 각 권역본부를 인근 지역끼리 묶는 대권역제를 도입, 사업 시너지와 책임경영 제고를 꾀했다. 이후 약 4년 만에 대권역제를 축소한 것은 '현지화 경영'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권역본부의 상위 조직을 없애 각 본부가 현지 상황을 반영해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사업 계획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잇달아 해외법인에 '현지인 수장'을 앉히며 현지화 경영 가속화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 초 현대차 일본법인장으로 포르쉐 재팬 대표 출신 시메기 토시유키 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법인장으로 타룬 가르그 인도법인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앉혔다. 인도법인 설립 29년 만의 첫 인도인 CEO(최고경영자)다. 뒤이어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총경리(법인장)에 리펑강 부총경리를 선임했다. 현지인 수장을 임명한 것은 베이징현대 설립 23년 만에 첫 사례다.
인도아중동, 유럽과 달리 미주에서 대권역장을 유지하는 것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변화'보다 '안정·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15% 관세가 온전히 반영되는 올해 현대차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 제고'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한 현지 생산 강화, 부품 조달 다양화를 빠른 시일 내 안정화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 2024년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호세 무뇨스 당시 COO를 임명하며 창사 이래 첫 외국인 CEO 인사를 단행했다. 호세 사장은 미주대권역장을 함께 맡아 미주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권역장이 없으면 보고 체계가 단순해지고 권역본부 권한이 강화돼 보다 빠르고 유연한 사업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