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빠른 로봇 24시간 풀가동…사람의 역할이 달라진다

유선일 기자, 임찬영 기자, 울산=강주헌 기자, 울산=이정우 기자
2026.01.30 08:00

[MT리포트]아틀라스 쇼크, 거부할 수 없는 미래(上)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아틀라스) 투입을 공식화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그러나 과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이 산업화를 막지 못했듯 '로봇의 시대'라는 파도를 거스를 순 없다. 일상을 파고들고 있는 휴머노이드와 노동자의 미래를 짚어봤다.

중국 인건비 6분의 1...'반값 자동차'에 일자리도 늘린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자에게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가 연 3만대 생산 체계를 갖추면 대당 가격이 47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인건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부상·질병·파업 우려가 없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노동자의 걱정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도입이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19세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 실패로 기계가 빠르게 확산됐지만 이에 따른 산업화가 무수한 일자리를 창출한 역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현실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 성숙'이 있다. 아틀라스는 '사람 이상의 능력'으로 '24시간 쉬지 않고' 복잡·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56개의 자유도(DoF)를 갖춰 대부분의 관절을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360도 카메라를 탑재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다는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경제성'에 대한 확신도 휴머노이드의 부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도입 시 2년 내 ROI(투자대비수익률)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틀라스 생산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순간 인력 대체 수단으로서 가치는 급등하게 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의 생산 초기 가격이 13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에 달하지만 연 3만대 생산체계에선 3만3000달러(약 4700만원)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3만대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시기는 2028년이다.

삼성증권은 각종 비용을 고려할 때 휴머노이드(연 3만대 생산 기준)의 시간당 원가가 1.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중국 인건비의 6분의 1 수준이다.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반값 자동차' 생산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휴머노이드 1대는 24시간 중 3교대 근무 기준으로 사람 대비 3배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가 당장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지만 중장기 시각에서 보면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로봇 도입과 지역노동시장' 보고서에서 로봇 도입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고용과 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제조업에 로봇을 도입할 때 일자리의 '양'과 '질'의 개선 정도가 두드러졌다. 향후 휴머노이드 도입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하는 연구 결과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은 로봇 노출도가 1 표준편차(근로자 1000명당 로봇 6.6대) 상승할 때 고용률이 0.60%포인트(p) 상승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보다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 산업 경쟁력을 잃어 일자리 위협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단기적인 고용 불안 해소에 노력해야겠지만, 노동자 역시 휴머노이드를 수용·활용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도입이 노동자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공장 노동자가 로봇을 잘 운영한다면 소득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블루칼라가 AI(인공지능)를 장착해 옛날보다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혁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타이밍 빼앗는 노사 합의…이젠 달라져야"

국내 산업·경제 전문가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도입 거부 사태와 관련해 현행 노사 합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신기술 도입 결정이 누구보다 신속·과감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노조와의 '선(先) 합의'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대량 생산과 현장 도입시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노조와 매번 협상해야 하는 구조는 혁신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고, 결국 선진국이 먼저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유지된다"며 "로봇 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논리는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휴머노이드 확산을 막을 시점이 아니라 협업을 전제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지 고민해야 할 단계"라며 "국내에서 기업 활동이 어려워지면 생산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결국 일자리 자체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도 "현대차의 현행 노사 합의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최첨단 산업에서 다른 기업 대비 신기술 도입이 몇 년 뒤처지면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도 "과거 자동화 도입 과정에서도 유사한 공포와 반발이 반복돼 왔다"며 "휴머노이드 도입을 둘러싼 과도한 공포는 실제 기술 수준보다 과장된 측면이 크고 변화에 적응하려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거부감은 자연스럽지만 휴머노이드 도입은 결국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인공지능(AI)연구원 연구교수는 "이 흐름은 대세이기 때문에 결국 적용될 수밖에 없고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커질 수 있다"면서 "핵심은 로봇과 인간이 잘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인간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재교육과 직무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차 노조의 반대는 1811년 영국에서 기계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방직 기계를 부수며 저항하던 '현대판 러다이트식 발상'"이라며 "혁신을 멈추는 것은 곧 기업의 성장 저하로 이어지고 대한민국 경제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직격했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술 혁신은 거대한 파도"라며 "반대의 깃발만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옆자리 로봇, 내 얘기 아닐 줄 알았는데"…공포 덮친 울산공장[르포]

26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안쪽에 설치된 전광판. 'AI(인공지능) 로보틱스 생태계를 이끌 아틀라스와 스팟'이라는 문구와 함께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팟'의 시연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정우 기자

#지난 26일 오전 11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직원 수십명이 쏟아져 나왔다. 정문 안쪽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AI(인공지능) 로보틱스 생태계를 이끌 아틀라스와 스팟'이라는 문구와 함께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 개 '스팟'의 시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 영상 아래를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직원들의 모습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실제로 막연한 상상 속에 머물던 '로봇의 노동 대체'가 현대차 울산공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당시만 해도 요원해 보였던 로봇의 산업 현장 투입이 예고되면서 정년 연장이라는 기존 화두를 넘어 일자리 상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다소 과하게 투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불안감이 현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크게 쏟아진 측면이 있다"며 "인간이 하기에 위험한 업무에 로봇을 투입해 노동자와 로봇이 공존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봇 도입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해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반기는 노조원들도 일부 있지만 당장 내 옆자리에 로봇이 배치될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는 다들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이 노동자의 근로권을 박탈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위험으로부터의 해방'과 '노동 질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 현장에서 고된 작업으로 꼽히는 고중량물 조립이나 고온·소음 노출 공정을 로봇이 전담할 경우 노동자들은 육체적 피로도가 낮은 고부가가치 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투입은 단순 인력 대체가 아닌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단순 반복 노동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이 로봇 운영과 품질 감수자로 전환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최근 휴머노이드 도입 예고가 가져온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때만 해도 기술 과시를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일자리를 위협할지 몰랐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공장 직원들이 모여 있는 익명 메신저방 등에서도 온통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전망을 우려하는 메시지가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현대차 울산 3공장. /사진제공=현대차

울산공장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근로자 B씨는 "로봇이 사람을 다 대체하면 결국 노동자들은 돈을 어떻게 벌고 무엇으로 소비하겠느냐"며 "결국 경제 전체에 타격이 올 것이고, 현대차 의존도가 높은 울산 지역 사회는 자동화가 진행되는 순간 '다 죽는다'는 날 선 목소리가 나온다"고 우려했다.

노조의 거센 반발은 오는 2월 예정된 대의원 선거와 맞물려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종철 현대차 신임 노조위원장은 '노사 합의 없는 로봇 도입 불가'를 천명하며 정년퇴직 인원에 비례한 대규모 신규 채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년 2000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하는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로봇이 아닌 신규 인력으로 채워 노조의 조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사진=이정우 기자

노동자들의 공포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현대차는 '다크팩토리'(무인공장)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2028년 미국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 우선 투입하고 2030년부터는 활용 범위를 단순 분류에서 정교한 조립 공정까지 넓힐 계획이다.

글로벌 거점 공장들은 이미 자동화율을 끌어올렸다. 사람의 손길이 절대적인 의장(조립) 라인에서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의 자동화율은 46%로 향후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의장 자동화율이 이미 40% 이상인 HMGMA 역시 향후 자동화율을 높일 전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의장 자동화율은 약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울산공장 결국 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경계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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