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의대 안 갈래" 반도체 인기 쑥...과학고도 들썩들썩

최지은 기자, 박종진 기자, 김남이 기자, 황예림 기자
2026.02.06 07:00

[MT리포트]하이닉스 임팩트, '성공 공식'도 바꾼다(下)

[편집자주]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연봉의 1.5배를 추가로 받게 됐다. 올해도 기록적인 영업이익이 예상되면서 내년 성과급 규모도 역대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의사보다 급여가 많은 반도체 회사 직원이 나오는 시대가 현실화된 셈이다. 'SK하이닉스 효과'가 망국적 '의대 쏠림' 현상에 균열을 내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고 조기졸업반, 의예과 대신 '○○○' 학과...대세가 바뀌었다
대기업과 계약된 반도체학과의 2026학년도 수시 경쟁률/그래픽=김지영

"한 반이 20명인데 5~6명은 반도체학과를 목표로 해요. 이런 학생들은 대기업 계약학과는 무조건 써요." 서울의 과학고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지난해 하반기 조기졸업을 앞둔 성적 상위권 학생 여러 명에게 반도체학과 추천서를 써줬다. A교사는 "공대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 중엔 반도체 분야 희망자가 가장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봉이 의사 수준에 근접하면서 '의대 N수반'으로 불리던 과학고에서도 반도체 열풍이 분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입사가 가능한 반도체 분야의 대기업 계약학과를 중심으로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 6곳의 모집 인원은 250명으로, 5516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22.1대1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모집 인원은 13명, 지원자는 231명 늘었다.

대기업 계약학과는 졸업 후 특정 대기업 채용이 연계된 학과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성균관대·포항공대·연세대·서강대·한양대·고려대 등이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연계된 반도체학과의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2026학년도 SK하이닉스 계약 반도체학과 3곳의 수시 모집 인원은 80명으로, 247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1대1에 달했다. 모집 인원이 전년보다 8명 늘었지만 지원자가 451명 증가하면서 경쟁률은 2025학년도(28.2대1) 보다 외려 상승했다.

정시에서도 열기는 이어졌다. 2026학년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계약한 반도체학과 8곳의 정시 경쟁률은 평균 14.7대1로, 전년도(13.7대1)보다 높아졌다. 정시 모집 인원이 1명 늘어나는 동안 지원자는 113명 증가했다.

반도체학과로의 쏠림은 의과대학 지원 열기가 다소 주춤한 흐름과 대비된다. 2026학년도 의·약학계열 수시 지원자는 11만2364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적었고 의대 정시 지원자 역시 7125명으로 전년 대비 32.3% 줄며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시 성적 역시 의대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최종 등록자 상위 50%의 평균 대학환산점수는 670.65점으로, 일반 자연계 학과인 자연과학계열 평균(655.21점)을 크게 웃돌았다. 약학과(679.56점)와의 격차는 약 9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역시 의예과를 제외하고 정시 모집 전 학과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교육업계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처우 상승이 입시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반도체 전공이 의대에 버금가는 유망 진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묻지마 의대' 지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흐름, 고액 성과급 등이 반도체 전공의 매력을 키우면서 최근에는 대기업 계약학과와 반도체학과가 의대와 견줄 만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곳간'서 '인심' 나는 SK하이닉스, 주주에게도 14.3조 쐈다

④임직원·주주와 나누는 '성과'…추가 환원도 검토

SK하이닉스 추가 주주환원 정책/그래픽=이지혜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재무 여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14조원대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실시한다. 12조원이 넘는 자기주식(자사주)을 소각하고, 2조원 이상의 연간 배당을 진행한다. 회사가 창출한 성과를 임직원뿐 아니라 주주와 함께 나누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추가 주주환원계획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1530만주를 소각한다. 주주 이사회 결의일 전날(지난달 27일) 종가 80만원을 기준으로 약 12조2400억원 규모다. 주주 참여 프로그램으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받는 임직원에게 지급할 자사주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량 소각이 되는 셈이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또 1조원 규모로 주당 1500원의 추가 배당을 실시한다. 기존 분기 배당금 375원에 추가 배당이 더해진 주당 총 1875원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보면 총 2조1000억원(주당 3000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

이같은 '통 큰' 주주환원의 배경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업황 회복 국면에서 확보한 재무 여력을 미래 투자와 함께 성과를 함께 만든 이해 관계자들과 나누겠다는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는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실적 개선 시점에 주주환원을 병행하며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에 따른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타고 1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도 검토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래 성장 투자와 재무 안정성 확보, 주주환원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는 현금 활용 원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향후에도 실적 추이와 현금 흐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추가 주주환원의 방식과 실행 시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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