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폭염경제 핫노멀]①전례 없는 폭염, 기업과 시장의 새 변수로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폭염이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극한 더위가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물류와 건설 등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다. 폭염이 환경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거시적 변수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지 버클리 노무라증권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기후변화를 인구 고령화에 비유하며 "다음 세대의 문제로 여겨지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분기별 경제 데이터를 다루는 이코노미스트들조차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폭염으로 인한 누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BC뉴스에 따르면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2022년 발표한 조사에서 지난 30년 동안 온난화로 발생한 폭염 탓에 전 세계가 입은 누적 경제 손실이 50조달러(약 7경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 중인 유럽에서는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뚜렷하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극심한 폭염이 발생했던 해 생산성 저하로 유럽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0.3~0.5% 갉아먹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2026~2030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경제국들이 극한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누적 GDP 손실이 5~7%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GDP 감소의 배경엔 실물 경제의 연쇄 작용이 있다. 폭염이 이어지면 농작물 생산이 줄고 근로자들이 더위에 지치면서 노동 생산성도 떨어진다. 냉방 수요가 늘면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도 불어나 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은 커진다. 이렇게 높아진 비용은 결국 식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 불어난 비용에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으면 경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다.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비견될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세계 GDP는 약 3.6% 쪼그라들었다. 폭염이 세계적 팬데믹에 버금가는 경제적 충격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폭염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고 휴교령이 내려지거나 공공 행사가 취소되고 유명 관광지들이 문을 닫는 모습은 과거 팬데믹 시절의 봉쇄 상황을 연상시킨다.

기업들은 가장 심각한 기후 위험으로 태풍이나 홍수, 산불보다 폭염을 꼽는다. 글로벌 지수·리서치 기업 MSCI가 전 세계 상장기업 1만1215곳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99.8%가 폭염으로 인한 실질적인 재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의 정도는 다를지언정 사실상 거의 모든 업종이 폭염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과 물류, 농업, 건설업 등 야외 작업 비중이 높은 산업은 기온 상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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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복구, 비상 서비스 유지, 학교 및 공공시설 내 냉방 장치 설치 등 늘어나는 기후 대응 비용은 각국 정부의 재정에도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인구 고령화, 국방비 증가와 더불어 기후변화를 정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3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폭염으로 인한 물가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버클리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 기후 사건의 빈도와 강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중앙은행들도 더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물가 안정과 경제 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변화와 새로운 위험 요인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사모펀드 업계는 기후 리스크를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부 사모펀드는 기후 위험 분석 전문 업체를 고용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 취약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고 나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 예측 및 위험 평가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