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소형모듈원자로)은 AI(인공지능) 시대 필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유력 기업들도 SMR 기술의 선제적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국내 SMR 도입'에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사전검토제 도입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는 70종 이상의 SMR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러시아·영국·프랑스·일본 등이 2030년 전후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MR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극대화시킨 500MW(메가와트) 이하 소형 원전이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전기화 등으로 인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총족시킬 수 있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 내에 많게는 수백조원 규모의 SMR 시장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를 비롯해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등 대기업들이 모두 SMR 관련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SK는 SMR을 반도체·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기저전원 후보로 보고 있다. HD현대는 장기적으로 'SMR 추진선'까지 겨냥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SMR 공급망의 핵심 기업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SMR의 국내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미국의 SMR 업체들과 손잡고 핵심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다. SK와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모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협력관계를 맺은게 대표적이다. 이후에는 '기술 확보→국내 적용→노하우 확대→글로벌 선도 역량 축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방한한 빌 게이츠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맥락이다.
게이츠의 당부에도 SMR 제도 구축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SMR의 설계 목적과 기술적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 인허가 제도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이 실시하고 있는 사전검토제의 실질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프로젝트 본 심사 이전에 사업자가 설계·핵심 안전 이슈를 미리 규제당국과 논의해 쟁점과 불확실성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렇게 할 경우 인허가 리스크가 줄어 역동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해외에서 실증이 완료된 기술의 신속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행정 프로세스 정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테라파워와 같은 기업이 SMR 실증을 마무리하면 한국도 속도감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테라파워는 2030년경 '액체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4세대 원자로가 기반이 된 SMR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아울러 신속하고 효율적인 SMR 프로젝트를 위해 △SMR의 설계와 운영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술 기준 마련 △표준설계 반복 적용 시 심사 효율화 △부지 및 계통 연계 절차의 투명화 등을 요청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 한국수력원자력이 SMR 3각동맹을 체결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제도 개선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사는 해외 프로젝트 외에 '국내 SMR 도입을 위한 사업화 본계약' 추진을 명시했다.
SMR 사업은 한미동맹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도 공급망에서 세계 최고 원전 제작 노하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한국 내에 나트륨 원전을 설립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에 매우 관심이 있다"며 "미국과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에 원자력 분야의 리더십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