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팔고 산다… 일석이조 '전복 동맹'

유예림 기자
2026.02.11 04:02

롯데百, 완도 어가와 협업
'완도보이' 팝업스토어, 당일직송에 고객 북적 잇단 완판
판로·매출 확대 '윈윈'… 설 명절 프리미엄 세트 등 추진도

전복 출하량과 가격 동향/그래픽=이지혜

지난 4일 오전 11시 전남 완도 죽청항. 66㎡(20평)대의 작은 바지선을 타고 바다로 10분 정도 나가니 전복 가두리양식장이 나타났다. 한 칸에 가로세로 1m가 조금 넘는 길이의 정사각형 가두리 124칸이 바다 위의 거대한 바둑판을 연상케 했다.

어민 차우씨는 크레인으로 수심 약 3m 속에서 전복이 살아 숨쉬는 셸터(보호설비)를 끌어올렸다. 성인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로 자란 전복들이 크레인에 의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복은 해조류가 실타래처럼 얽힌 셸터에서 미역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가두리 1칸 속에서 전복 800~1200마리를 양식한다. 이를 1~3년 정도 키워서 출하한다. 차씨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전복을 1년 정도 육상에서 키운 뒤 양식장에 넣고 또 몇 년을 키운다"며 "이 과정에서 온전하게 출하할 수 있는 전복은 5%가 채 안된다"고 설명했다.

낮은 생산성보다 심각한 건 가격이다. 10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 국내 전복양식장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증가해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전복 출하량은 1만494톤에서 지난해 2만7177톤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지가격은 4만333원에서 1만8870원으로 떨어졌다. 가격하락은 어가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진다. 전복 양식어가의 평균 대출규모는 1억2000만원인데 이는 전국 어가의 평균부채 7083만원보다 1.6배 많은 수준이다.

완도 전복어가와 롯데백화점은 든든한 동맹관계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완도 어가로부터 전복을 공수하는 향토기업 '완도보이'와 협업해 성과를 냈다. 당일 잡은 전복을 산지직송으로 손질의 번거로움을 없앤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완도보이 팝업스토어를 연 강남점에선 지하철 한티역까지 대기줄이 이어졌고 부산점에서는 1주일간 1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하루 한정수량 300㎏이 매일 완판(완전판매)되면서 30톤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 롯데백화점의 전복 매출은 전년 대비 60% 늘었다.

유장영 완도보이 대표는 "완도 전복을 전국 곳곳에 선보일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에서 판로를 마련해줬다"며 "먹고 싶어도 구매가 어려워 '전복계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라는 별칭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복 공급과잉으로 부담이 쌓인 어민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다"며 "생산자, 유통업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도 협업을 이어간다. 예정된 팝업은 20여개다. 이번 설에는 특대형 전복을 묶은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기획했다. 업계 첫 특별포장공법을 적용해 신선함을 유지하도록 공을 들였다. 일반포장 전복보다 신선도를 2~5배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완도 어가와의 상생강화 차원에서 빠르면 4월 완도군과 업무협약도 맺는다. 김, 미역 등 다른 특산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내용이다. 전복제품도 다양화한다. 활전복, 손질전복 등을 앞세워 자체 식료품 브랜드 '레피세리'(L'epicerie)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석 수산담당 바이어는 "일반채널에선 만날 수 없는 최상급 전복으로 고객에겐 백화점의 희소성을, 어가에는 판로를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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