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서부를 돌며 마크 저커버그와 사티아 나델라, 젠슨 황, 순다르 피차이 등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축으로 한 AI(인공지능) 인프라 협력을 공고히 하며,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AI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 파트너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나 메모리 장기 공급 및 차세대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메타 데이터센터에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서버용 D램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협의를 계기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측은 메타의 AI 가속기 개발 프로젝트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와 관련해 지원 물량 계획과 개발 로드맵을 공유했다. SK하이닉스 HBM의 적기·안정 공급을 전제로 HBM4·HBM4E 이후 세대까지 기술 방향성을 조기에 확정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특히 MTIA 플랫폼에 최적화된 HBM 개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내 협력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양사는 메타 전용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메타 AI 글라스의 핵심 사용처 발굴과 서비스 고도화를 논의했다. SK하이닉스의 저전력 D램과 낸드 기반 스토리지를 활용한 웨어러블 최적화, AI 기반 모델·앱 개발 지원 방안도 협의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시애틀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도 회동했다. HBM 협력과 AI 데이터센터·솔루션 사업 강화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SK그룹이 메모리를 넘어 AI 인프라·서비스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려는 행보다.
양측은 MS의 자체 AI 가속기 '마이아 200(MAIA 200)' 관련 협력 현황과 향후 비전을 공유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장기 공급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다양한 AI 반도체로 협력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SK그룹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MS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새너제이 구글 캠퍼스에서 최 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AI 메모리 장기 공급 협력을 논의했다. 양측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핵심 병목이 메모리 확보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장기 수급 안정화 및 투자 협력 방안을 폭넓게 협의했다.
SK하이닉스는 구글 차세대 AI 모델과 TPU(텐서처리장치) 아키텍처 로드맵에 맞춘 커스텀 HBM 공동 설계, 향후 HBM4 기반 TPU 협력 등 중장기 로드맵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자는 제안을 전달했다. HBM은 TPU·GPU(그래픽처리장치) 등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안정적 공급선 확보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에서 최 회장은 혹 탄 브로드컴 CEO를 만나 중장기 메모리 시장 전망 및 공급 전략, 양사 간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는 양사가 그동안 쌓아온 HBM 기술 협업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와 메모리 통합 기술 관련 대응 전략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앞서 지난 5일에 최 회장은 미국 산타클라라의 한 식당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기도 했다. 황 CEO는 최 회장을 초대해 다양한 AI 사업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회동 현장에서는 최 회장은 반도체 콘셉트 스낵 'HBM 칩스'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성장 스토리가 담긴 신간 '슈퍼 모멘텀'을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미국 서부를 돌며 미주 사업과 AI 생태계를 점검하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자리"라며 "핵심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AI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은 연휴 직후인 20~21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한다. TPD는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행사다. 최 회장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