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데 정치권은 도와주기는커녕 줄곧 발목을 잡는단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을 중심으로 경제계가 반대해온 법안들은 연이어 강행 처리하면서 기업이 필요성을 호소하는 법안들은 외면해온 탓이다. 재계 안팎에선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꼴이란 불만이 나온다.
대표적인게 배임죄 개선 요구다. 여당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차 상법 개정안 등을 최종 의결했고 3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배임죄 개선 약속은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
재계는 우리나라 배임죄가 '재산상 손해 발생 가능성' 등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한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신사업 투자나 M&A(인수합병) 등 모든 경영판단이 사실상 잠재적인 배임죄 리스크에 노출된단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배임죄가 아예 없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사기, 횡령죄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배임죄를 그대로 둔다면 '경영판단원칙(정상적 절차와 합당한 근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선 추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명문화하고 고의적인 위법행위만 처벌하도록 구성요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고 있는 3차 상법 개정안에도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다양한 경영 전략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재계는 M&A 등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특정 목적에 의한 자사주'만이라도 보유를 허용하든지 소각을 유예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역시 관련 논의 초기부터 재계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다음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유예가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정부질문에서 "시행을 미루면 더 큰 혼란이 온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재계는 부작용 완화를 위해 정부에 노동조합법 해석지침 보완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 수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고용부는 지난해말 개정 해석지침(안)을 발표하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법적 의무 이행과 별개로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해 사용자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용자 판단 예시가 너무 포괄적이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청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한 원청까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단 볼멘소리가 나온다.
원청이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하청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한 경우 오히려 이로 인해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단 걱정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으로 구성된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TF(태스크포스)'는 지난달 고용부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안전을 위해 노력할수록 교섭·파업 등 법적 리스크를 더 많이 부담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하청과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서도 "원청이 하청 안전조치를 강화한다고 해서 곧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인정)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 최고 수준(최대주주 할증 포함 60%)의 상속세도 기업들을 짓눌러 온 고질적 부담 중 하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에 15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고 부과하는 나라들도 평균 세율이 27% 수준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상속 증여세 과세체계가 강화된 채로 26년간 그대로 유지된 반면 해외 주요국은 상속 증여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라며 "높은 세금 부담은 기업의 투자, 고용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계는 단기적으론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적으론 상속 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현금화 시점에 과세하는 방식)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밖에 2011년 처음 발의된 이후 15년째 공전을 거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도 기업들이 오랫동안 개정을 건의해온 법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