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서 수소로…한·호주 교역 새 판 열린다

권다희 기자
2026.02.23 05:50

[2026 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6>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

[편집자주]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첫 순서로 녹색전환에 앞선 국가들의 주한대사들을 통해 국제사회의 시각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의 잠재력도 짚어본다.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국과 호주 모두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상호보완적 파트너로서 계속 함께 일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사진)는 수십년간 상호보완적 교역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호주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형성된 양국 교역을 '2050년 넷제로'라는 공동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수소·탈탄소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호주 최대 수출품/그래픽=김지영
화석연료 중심 양국 교역 전환 필요

그간 한국과 호주의 교역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다. 호주산 석탄·LNG(액화천연가스)·철광석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한국은 이를 가공해 에너지와 제조품 형태로 호주에 수출했다. 현재 한국의 대(對)호주 최대 수출 품목은 정제석유다.

석탄도 여전히 수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자원이지만 호주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분명하다.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62~70% 감축이라는 국가결정기여(NDC) 목표를 제시했고,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옥상 태양광을 설치했을 만큼 보급 속도도 빠르다. 아울러 호주는 2022년에 정부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기후변화·에너지·환경·수자원부(DCCEEW)를 신설했다. 정책을 통합해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호주 정부가 기후 대응을 정책 우선순위로 끌어올린 배경에는 국민이 체감한 이상기후가 있다. 로빈슨 대사는 "한쪽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와 폭우가 이어졌다"며 "여름에 태즈메이니아 지역에서 눈이 내리기까지 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기후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남태평양 도서국가에 대한 호주의 대응도 눈에 띈다. 특히 해수면 상승 위협에 직면한 태평양 도서국가 투발루 국민 280명에게 호주 영주 이주 기회를 제공한 지난해 협정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기후 정책이 곧 지역 외교이자 안보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호주 발전원 중 태양광 풍력 비중 변화/그래픽=김지영

수소·핵심광물 협력 잠재력 크다

다만 로빈슨 대사는 "호주는 여전히 주요 화석연료 수출국"이라며 "많은 일자리와 산업이 관련돼 있는 만큼 경제적 영향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교역 역시 단절이 아닌 확장이라는 설명이다. LNG 등 기존 화석연료 기반 교역 위에 수소·핵심광물·탄소포집·저장(CCS) 등 새로운 협력 축을 더한다는 측면에서다.

로빈슨 대사는 양국 교역의 '다음 장'으로 수소를 꼽았다. 그는 "호주는 넓은 영토와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갖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충분하다면 수소는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아직 비용이 높아 상업성이 낮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호주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한국은 수요처이자 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로빈슨 대사는 "그린수소를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우려면 한국과 같은 국제 파트너의 기술·투자·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호주는 재생에너지 강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를 수출하는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 산업은 핵심광물에 의존한다"며 "호주는 그린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의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자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면서 핵심광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CCS에 대해서도 "감축이 어려운 산업 부문에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호주의 지질학적 강점을 재확인했다. 호주는 과거 석유·가스 개발 과정에서 형성된 고갈 유전·가스전과 대규모 해저 염수층 등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지층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로빈슨 대사는 "호주의 에너지 전환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태양광과 배터리저장시스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약력

△2024년~현재, 주 대한민국 호주대사 △2021~2023년 오커스(AUKUS) 비확산 심의관 △2020~2021년 동아시아국 동아시아(중국) 대외협력국 심의관 △2018~2020년 군축비확산 심의관 △2015~2017년 주 호놀룰루 호주총영사 △2012~2014년 군축비확산 심의관 △2007~2011년 주 대한민국 호주공사 및 공관차석 △2005~2007년 국가안보∙정보 심의관 △2003~2005년 동북아시아국 중국 담당 심의관 △1998~2003년 주 일본 호주대사관 정치∙전략 참사관 △1992~1998년 한국과장 △1988~1992년 주 대한민국 호주대사관 삼등 서기관 △1987년 호주 외교부 입부 △호주 합동참모대학 전략연구 석사 △호주국립대학교 경제학·아시아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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