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 첫 사업재편안인 '충남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이하 대산 산단) 1호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원안이 공개되며 '2호 재편안'의 윤곽이 곧 드러날지 주목된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이 원칙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지원 패키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속 석유화학 사업 재편 1호 프로젝트가 신속히 승인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지원안을 각 기업의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사업재편 기간 동안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협약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금융 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대출 중 최대 1조원은 영구채로 전환하기로 했다. 재무 부담이 이어져 온 롯데케미칼로서는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과감한 금융 지원 등 선례가 마련되며 전남 여수와 울산 산단의 구조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년째 업황 침체를 겪으며 유동성이 크게 악화했다. 영업현금창출력은 약해진 반면 금융기관 여신 차환과 자산 담보제공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우려한 유동성 리스크가 이번 지원안 발표로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산과 달리 두 산단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재편 구체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 대부분이 올 1분기 중 최종안을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쉽지 않다는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여수 산단에 자리잡고 있는 GS칼텍스는 미국 에너지 기업 쉐브론이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어 LG화학과 NCC(납사분해시설)를 통합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쉐브론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수 산단의 또 다른 축인 여천NCC의 경우도 공동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3공장에 이어 1·2공장 추가 폐쇄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셧다운을 두고도 이견이 팽팽하다.
울산에서는 올해 6월 준공을 앞둔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감축 대상에 샤힌 프로젝트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에쓰오일은 경쟁력 있는 설비라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각 산단의 상황이 다른만큼 정부가 지원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산 산단 감축량(110만톤)만으로는 정부 목표치인 270만~370만톤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후속 재편안은 필수적이다. 엄 부회장은 "현재의 구조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민간의 자구노력은 물론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