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삼성전자는 12일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에는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재설계 없이 양산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율과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1120304477749_1.jpg)
작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대 수출 호황을 누린 국가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지난해 대만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한 6407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 특히 TSMC가 미국 빅테크에 수출하는 AI 칩이 급증하면서 대만의 대미 수출 비중이 30%를 돌파하며 26년만에 대중 수출을 넘어섰다.
올해는 메모리 초호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한국 수출 증가폭이 대만을 웃돌기 시작했다. 한국과 대만 모두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수출하고 대만은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AI 칩 등 시스템 반도체와 AI서버를 수출하는 게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대만은 대중 수출보다 대미 수출이 많고 한국은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이 많다. 중국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수입해 현지에서 제조되는 컴퓨터·서버·스마트폰에 탑재한 후 해외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대만 재정부는 지난해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대만이 세계 수출 12위(640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계단 뛰어오른 것으로 1994년 이후 최고 순위다. 작년 한국 수출액도 7093억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달러 고지를 밟았으나, 대만이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을 맹추격했다.
특히 작년 8월 대만 수출액은 584억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수출액 기준으로 처음 한국(583억달러)을 넘어섰다. 10월과 11월 수출도 전년 대비 40~50% 급증한 609억달러, 641억달러로 한국을 앞섰다. 이때만 해도 한국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한국이 대만을 다시 따돌린 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12월이다. 올해 2월에는 673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며 대만(498억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수출 증가율도 29%로 대만(20.6%)를 앞섰다. 여기에는 대만 최대 명절인 구정(9일 연휴)이 2월에 포함돼 조업일이 단축된 영향도 크다. 3월도 한국 수출액은 861억달러로 대만을 앞질렀을 것으로 보인다(대만은 3월 수출통계 미발표).
AI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중심(memory-centric)' 시대가 열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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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대만의 대미 수출이 약 80% 급증하면서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센서스국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만의 대미 수출규모는 약 2101억달러로 한국(1164억달러), 일본(1300억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 기간 대만은 미국을 상대로 무려 1582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월별 수치를 보면 대만의 대미 수출은 작년 4월 146억달러에서 12월 247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대미 무역흑자도 95억달러에서 199억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는 TSMC, 폭스콘 등 대만 기업들이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의 70% 이상, 전 세계 AI 서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공급업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대만 반도체 기업은 건설 기간 중 생산능력의 2.5배, 완공 후에는 1.5배까지 관세 면제를 보장받는 등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작년 4월 98억달러에서 12월 118억달러로 느는 데 그쳤다. 이 기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8억달러에서 59억달러로 증가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164억달러로 대만의 절반 수준, 무역흑자는 532억달러로 대만의 3분의 1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반도체 수출은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 비중이 크다. 올해 2월 1~25일 자료를 보면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1% 증가한 60억7000만달러,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342% 급증한 2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등 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매겨진 관세 효과를 상쇄하기 일본 자동차 기업이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 수출의 특징은 '대미 수출·반도체' 집중 현상이다. 작년 대만 전체 수출액의 30.9%를 미국이 차지하면서 26년만에 처음 중국(홍콩포함, 26.6%)를 제치고 대만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
대만의 올해 2월 수출도 동일한 추세가 지속됐다. 대미 수출 비중이 31.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홍콩포함)은 24.3%다. 일본과 한국은 각 5.1%, 4.3%를 차지했다.
대만의 주요 수출 품목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반도체·AI서버 집중도가 높다. 2월 수출 품목 중 반도체 품목이 34.2%, 컴퓨터·서버가 29.3%를 차지했다. 컴퓨터 부품(3.3%), 저장매체(2.0%)를 포함하면 무려 68.8%가 반도체, 컴퓨터 관련 품목이다.
TSMC가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GB200과 B300은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CoWoS)에서 HBM과 결합된 후 폭스콘, 콴타 등 대만 서버 제조사가 만드는 AI서버에 탑재돼 미국 빅테크에 공급된다. 대만이 글로벌 AI 서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로 유명한 폭스콘은 작년 AI 서버 매출 비중이 아이폰 등 스마트 가전 매출을 넘어섰다.
한국은 2월 기준 반도체 수출(252억달러)이 전체 수출(673억달러)의 37.4%를 차지했지만, AI 서버 수출이 거의 없어 대만보다 반도체·컴퓨터 집중도가 낮다.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과 대만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의 집계에 따르면 3월 한국 제조업 PMI는 52.6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 위축과 팽창을 구분하는 기준선인 50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S&P 글로벌은 반도체 호황으로 증가한 신규 주문이 PMI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PMI는 지난 2월 55.2를 기록하며 2021년 12월 이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S&P 글로벌은 반도체와 AI 칩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로 대만 제조업이 4년여 만에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대만 PMI는 3월에도 53.3을 기록하며 50을 크게 웃돌았지만, 성장세는 소폭 둔화됐다. 똑같이 이란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을 받았음에도 메모리 초호황으로 3월 PMI가 52.6로 상승한 한국과 대조된다.
작년이 대만 수출의 해였다면 올해는 한국 수출의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