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고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해운과 항공업계의 물류망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내 통행 위협이 현실화한 가운데 사태가 길어질 경우 수급망 타격이 불가피하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팬오션 등 국내 선사들은 이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우회 항로와 대체 항만 확보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7%(2024년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요충지다. 팬오션과 SK해운 같은 유조선과 벌크선 운항 비중이 큰 해운사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한국의 경우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이 가운데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현재 호르무즈해협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은 당장 통행에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사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통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해외 선사를 비롯해 일부 선사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현지 인근에서 대기하거나 운항 속도를 조절하며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는 역내 안보 상황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모든 선박 통항을 중단했다. 일본 3대 해운사인 니폰유센(NYK), 상선미쓰이, 가와사키키센도 해협 운항을 멈췄다.
봉쇄가 실현되면 글로벌 물류 리스크는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협 폐쇄 시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 기존 해상운임 대비 최소 50%에서 최대 80%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협은 "해협이 봉쇄될 경우 오만 주요 항만 하역 후 내륙 또는 연안 피더선(소형선)을 통한 대체 루트를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중동 전역의 전면전 확산 국면에서는 우회 경로의 실질적 가동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운송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은 주로 페르시아만 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해운사들은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서쪽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지난 1일(현지시간) "군사 갈등에 따른 중동 지역의 보안 상황 악화"를 이유로 일부 선박의 홍해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해상운임 지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각 선사는 선박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중동 인근 해역 진입 전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역시 중동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중동 노선인 인천-두바이 노선을 유일하게 주 7회 운항했는데 오는 5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중동행 항공편 역시 정상 운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측은 향후 현지 상황과 안전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항 재개 시점과 스케줄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3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을 미얀마 상공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다. 당일 오후 9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952편도 결항 처리한 데 이어 전날 오후 두바이로 향하는 모두 결항 처리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영공 통과 제한과 안전 우려로 인해 중동 지역을 경유하거나 목적지로 하는 항공기들의 정상 운항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