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태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라는 오랜 믿음이 깨졌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삼성전자 전 직원 A씨 등 15명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목표인센티브(TAI)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성과급을 '회사의 재량적 보너스'로 여겨왔던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퇴직금 계산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판결의 핵심 기준은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지급기준인 목표 달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였다. 임금으로 인정된 목표인센티브는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상여기초금액이 근로자별 기준급을 바탕으로 사전에 확정된 산식(월 기준급의 120%)에 의하여 설정되어 그 지급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었고, 사업부별 과제의 이행 정도(30%), 재무성과 달성도(70%)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목표인센티브의 구조로 볼 때 목표인센티브는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가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더 가깝다고 봐 임금으로 해석했다. 재무성과 달성도 중 매출액 지표(30%)는 비근로적 요소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전문적으로 분업화, 고도화된 조직에 있어서의 매출은 해당 부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집약되어 나타난 성과라고 하면서 근로제공을 통해 매출 목표달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성과인센티브(OPI)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성과인센티브는 사업부별 EVA(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등을 차감한 이익)의 20%를 기초금액으로 하여, 근로자별 직급이나 고과를 기초로 산출한 지급률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성과인센티브 산정의 기초가 되는 EVA는 환율, 원자재 가격, 자본 비용 등에 따라 발생규모가 큰 폭으로 변동된다. 즉, EVA의 발생 여부와 규모는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외에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로서, 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는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들이 통제하기도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성과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성과로 인한 이익을 배분하거나 공유하는 것이라고 보고 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성 판단에 관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성과급 제도가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히 삼성전자 내부의 보상 체계에 대한 판단을 넘어, 우리 기업 전반의 성과급 제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성과급을 임금이 아니라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급 기준과 산정 구조에 따라 성과급이 법적으로 '임금'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 이는 근로자에게는 퇴직금이나 연장·야간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기업에게는 보상 체계 설계와 인건비 관리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특히 성과급의 지급 구조가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고 지급 규모가 사전에 일정 부분 예측 가능한 형태라면, 명칭과 관계없이 임금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경영성과의 분배나 이익 공유의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임금성이 부정될 여지도 존재한다. 결국 향후 분쟁의 핵심은 성과급의 실질적 성격과 지급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자사의 성과급 제도가 실제로 어떤 법적 성격을 가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의 지급 기준, 산정 방식, 지급의 확정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취업규칙, 보상 규정, 근로계약서 등 관련 규정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근로자들 역시 성과급 제도의 구조와 법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에 따른 권리가 어떠한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성과급'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그 제도의 실질과 구조가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인사·경영 전략의 영역을 넘어 노동법적 리스크 관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과 보상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