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다 정부 차원의 대미 투자 관련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인상'을 거론하며 법안 처리를 압박해 왔는데, 법안 통과에 따라 자동차 품목 관세가 기존 15%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판매의 약 30%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는 관세 인상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고율 관세(4월부터 25%, 11월부터 15%)의 여파로 7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관세가 다시 인상될 경우 연간 11조원 규모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라 설립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사업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전략적 투자, 공급망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투자 참여 등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260억 달러(3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역시 관련 협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북미 판매량은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잠시 감소했지만 2023년부터 3년 연속 연간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비 7.5% 증가한 183만6172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다.
이같은 흐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7만1407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는 전년보다 4.3% 늘어난 6만6005대를 팔며 동월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달까지 현대차·기아의 북미 누적 판매량은 3114만9102대에 달한다.
호실적도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300조395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영업이익의 경우 관세 영향에 20조5460억원으로 20% 이상 줄었다. 다만 경쟁사인 폭스바겐(89억 유로, 15조2000억원)을 제치고 영업이익 기준 토요타에 이은 글로벌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차종 판매를 확대한 결과다.
15%의 대미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발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