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4주차…원유·나프타 '수급과 확보' 총력전

최경민 기자, 김도균 기자
2026.03.22 10:41
(로이터=뉴스1) =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이란 사태가 4주차에 접어들며 산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수급 대란' 공포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정유·화학업계를 뒤덮고 있다. 일단 기업들은 대체 수급처 발굴과 가동률 조정, 구조조정 실시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65%가 중동과 이란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은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통행이 사실상 불가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기 직전 해협을 빠져나온 마지막 유조선이 지난 20일 충남 서산 대산항에 입항한 다음에는 중동산 원유의 국내 유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일단 정유업계는 4월까지는 최대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정유사들은 4~5주분의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중동 외에 북미·호주 등 물량은 정상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UAE(아랍에미리트)에서 확보한 총 2400만 배럴의 원유는 국내에서 10일 내외 활용 가능하다.

에쓰오일(S-OIL)이 호르무즈 반대편 홍해 연안 얀부 항을 활용하는 등 대체 수급처 확보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미국 등지에서 단기 물량을 확보하는 카드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한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해준 러시아산 원유의 경우 기대감이 크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이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가운데 원유 수급까지 어려운 상황을 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국제가가 각각 60%, 100% 이상 상승했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영향 등으로 정유사 공급가는 불과 약 11%, 22%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수출제한조치'까지 검토 중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내에서의 손해를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는 시도조차 여의치 않게 되는 셈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입장을 공감하며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통 분담을 정유사에만 넘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박 일변도의 정책이 지속되면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익률 방어에 나설 것이고, 석유 제품 공급이 줄면 그 피해를 국민과 다른 기업이 볼 수밖에 없어서다. 정교한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 마련 등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여천NCC, DL케미칼,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4개사가 제출한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 모식도./사진제공=산업통상부

화학업계가 처한 현실은 더 가혹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국내에 남은 물량은 약 2주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원료가 되는 '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급 불투명성은 곧 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화학 대기업들이 잇따라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하고 있다. 일부는 가동률을 기존 80~90%에서 50~60%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화학업계는 전열 재정비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일 여천NCC·DL케미칼·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4사는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앞서 결정된 롯데케미칼의 대산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 중단까지 합쳐 약 250만톤의 에틸렌 생산 감축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업황 부진 장기화에 이란 사태에 따른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수급 불안과 NCC 구조조정의 진행으로 인해 화학사들의 마진율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에틸렌 공급이 31% 감소할 것으로 계산하는데, 봉쇄가 지속되면 5월부터는 부르는게 값이 될 것"이라며 "4월부터는 '가격'이 아닌 '확보'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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