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전쟁도 못 막았다…삼성·SK 증설 드라이브

최지은 기자
2026.03.24 17:01

삼성전자, 올해 시설투자·R&D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SK하이닉스는 클린룸 조기 개방

AI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Capex) 전망치/그래픽=김다나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에도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AI(인공지능) 투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시설 투자(Capex) 전망치와 함께 내년 전망치도 한 분기 만에 상향됐다. 중장기 수요가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 능력 확대에 돌입했다.

2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 초기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시설 투자(Capex) 전망치는 약 5400억달러(약 807조4620억원)였으나 현재 약 6600억달러(약 986조7000억원)로 상향됐다. 한 분기 만에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2027년 시설 투자 전망치도 약 6200억달러(약 926조9000억원)에서 약 8000억달러(약 1195조3600억원)로 확대되며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 탓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아마존은 최근 약 2년에 걸쳐 엔비디아로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 100만개를 포함한 '풀 스택' 칩 공급 계약을 확정했다. 삼성전자 4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기반의 엔비디아 추론 중심 AI 칩 '그록' 역시 공급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CEO(최고경영자) 주도로 미국 오하이오주 피크턴에 5000억 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한다.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 이후에도 AI 투자는 단 한 건도 취소되지 않았다"며 "유가 충격으로 주가는 조정을 받았지만 투자 자체는 오히려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AI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110조원을 시설투자와 R&D에 투입한다. 지난해(90조4000억원)보다 약 20조원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는 수요 가시성이 확보돼야 증설이 가능한 만큼 수요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메모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AI 수요 성장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충북 청주 M15X 공장의 제2클린룸 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5월로 예정됐던 개방 시점을 글로벌 고객사의 메모리 물량 요청에 맞춰 앞당겼다. 아울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로부터 내년 말까지 약 12조원 규모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해 범용 D램 등 서버와 모바일 등 산업 전반에서 확대되는 메모리 수요에 적기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고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6 등 주요 제품군에도 선단 공정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자율주행, 로봇, 군사 분야까지 AI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에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은 AI 인프라 투자가 필수재 성격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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