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장기화로 중소 수출 기업과 석유화학 업계의 물류 부담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류비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중동 사태 발발 이후 현재까지 총 193개사로부터 469건의 수출입 물류 애로를 접수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업들은 △해상운송 중단 등 운항 지연(129건) △급격한 운임상승 및 할증료 부과(117건)를 주로 토로했다. 이 두 건이 전체 애로의 절반 이상(52.4%)을 차지했다.
무협에 따르면 중동향 담수화 플랜트 부품을 수출하는 A사는 최근 선사로부터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2000달러의 긴급분쟁할증료(Emergency Conflict Surcharge)를 청구받았다. 평소 운임이 1500~2000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갑자기 운임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심지어 선적 전 대기 중이던 물량에도 할증료가 부과됐었다고 이 기업은 전했다. A사 관계자는 "화주 입장에서 납기 일정을 맞추려면 할증료에 보험료 인상분까지도 일단 선사가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플라스틱 자재를 생산하는 B사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화물이 계류하거나 UAE(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인근 국가의 대체항에 강제 하역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예상치 못한 내륙운송비와 보관료 부담이 생긴 것이다.
B사 관계자는 "내려진 화물을 어떻게든 운송하려면 내륙운송비를, 보관 또는 반송하려면 보관비나 반송비를 내야한다"며 "현지 운송을 하고자 해도 현지 항만 상황, 트럭킹 업체, 비용 등 정보가 깜깜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 업계의 고충도 깊다.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힌 데다 유가까지 오르자, 업계는 원가 절감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C사는 현재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을 인접한 광양항이 아닌 부산항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미주, 유럽, 중동 등으로 나가는 원양 노선이 70여개나 있지만 광양항은 북미 3개, 유럽 1개, 인도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사 물류담당자는 "선사는 물량이 적어 광양항 증편이 어렵다고 하고, 화주는 노선이 부족해 가까운 광양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라며 "광양항 원양 노선이 늘어난다면 산단 내 기업들의 물류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사태 발발 직후 무역협회는 '수출기업 물류애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애로와 건의사항은 10여 차례에 걸쳐 정부 비상대책회의에 전달했다. 무역협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부에 △내륙운송비·보관료·반송비 포함 물류비 지원 범위 확대 △기업 신용등급 기준 등 정책금융 지원 요건 한시적 완화 등을 건의했다.
석유화학업계 지원방안으로는 △전국 항만 내 위험물 무료 장치기간 연장(3일→5일) △선사의 광양항발 컨테이너 원양노선 증편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 증액 등을 요청했다.
한재완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종합해 보니 부산항 대신 광양항을 이용한다면 연간 약 8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존을 위해 1원의 비용이라도 아껴야 하는 석유화학 업계를 위해 광양항 활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회는 정부와 협력해 중소기업 전용 선복 지원 사업의 조속한 재개 및 현지 대체항 운송 서비스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