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현금 100조 확보" SK하이닉스, 美ADR 상장 추진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3.26 04:00

곽노정 사장, 주총서 밝혀
美에 공모등록 신청서 제출… 기업가치 재평가 효과도
AI 확산 대응, 인프라 구축 집중… 용인산단 31조 투자

SK하이닉스 순현금 추이/그래픽=김다나

SK하이닉스가 '순현금 100조원' 확보에 나선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대를 맞아 투자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와 기술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도 연내 추진한다.

이와 관련,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사진)는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래성장을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최고수준의 재무경쟁력을 바탕으로 시황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 SK하이닉스가 쌓아둔 순현금 규모는 12조7000억원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100조61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했다.

곽 사장은 "최근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지만 AI기술을 주도하고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메모리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기회를 잡았고 글로벌 고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강화된 재무건전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순현금 확대는 단순한 재무개선을 넘어 AI 시대의 투자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주력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차세대 D램 등의 개발과 양산, 첨단패키징 공정 구축 등에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또 과거에는 업황에 따라 투자규모를 조절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AI 확산으로 인한 수요구조 변화로 안정적 투자가 더 중요해졌다.

갈수록 투자규모도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용인(경기)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 1기 팹(공장)에 2030년까지 총 31조원을 투자하고 충북 청주 패키징공장 'P&T7'에는 19조원을 투입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38억7000만달러(약 5조79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24일에는 12조원 규모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계획도 공시했다. 곽 사장은 "충분한 수준의 현금은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산인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훌륭한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자금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증시상장도 추진한다. 이미 지난 24일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이번 ADR 상장으로 자금조달뿐 아니라 해외투자자 접근성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 효과가 기대된다. ADR는 해외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든 증서로 국내에 보관된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거래된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활용하거나 신규발행을 통해 상장하는 방식 등이 있다.

다만 신주발행 규모에는 제약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해말 기준 지분은 20.07%에 불과하다. 대규모 신주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되면 SK스퀘어가 추가 지분확보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에 신규상장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2~2.5%로 거론된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14조~17조50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임직원 보상 목적의 일부를 제외한 보유 자사주 2.1%를 전량 소각해 추가 신주발행 여력을 확보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발행 규모는 약 2.5%, 180만주 이내로 예상된다"며 "ADR 기준가는 국내 주가에 환율과 교환비율을 반영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R 상장은 해외투자자 유입에도 긍정적이다. 최근 AI반도체 투자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앞서 지난 16일 엔비디아 주최로 미국에서 열린 'GTC 2026'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DR 상장으로)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미국 마이크론보다 약 47% 많았지만 증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주가순이익비율)는 마이크론 7.8배, SK하이닉스 5.9배로 SK하이닉스가 낮다.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가 703조원, 마이크론이 665조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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