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 탈 카차브 바르질라 AI 역량 센터 총괄 매니저

"AI(인공지능)를 도메인 지식(산업 특화 데이터) 및 기업 데이터에 결합해야 합니다. AI가 깊은 산업 전문성, 그리고 독점 데이터와 결합될 때 진정한 경쟁 우위가 발생합니다."
핀란드 에너지기업 바르질라(Wärtsilä)의 탈 카차브(Tal Katzav) AI 역량 센터(AI Centre of Excellence) 총괄 매니저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이 강한 한국이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바르질라는 핀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해양 및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과거에는 초대형 선박 엔진 등을 제조하는 전통적인 중공업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AI와 데이터를 결합해 해양과 에너지 산업의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기술 기업으로 거듭났다.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인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바르질라 AI 역량 센터에서 전통적인 해양·에너지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AI를 통해 혁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역량을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산업 특화 데이터의 역할을 꼽았다.
산업 특화 데이터란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 등을 말한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해당 산업 현장에서만 쌓이는 고유한 전문 지식이란 뜻이다. 예컨대 제철소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숙련공이 철판이 롤러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 해당 제품의 상태를 알아채는 것과 같은 노하우가 산업 특화 데이터에 해당한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한국의 전통 제조 기업들에게 승리 전략은 '엔지니어링 우수성'과 '데이터 우수성'을 결합하는 것"이라며 "AI가 독점 데이터와 결합될 때 진정한 경쟁 우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제조, 공급망, 서비스와 같은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내재화돼 작동할 때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며 "기술만이 아닌 조직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때 중요한 점으로는 △공동 창작 △빠른 반복 △목적에 부합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AI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단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AI 솔루션을 도입할 때 기존 조직이 제기하는 이른바 '건강한 회의론'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사람 중심'과 '가치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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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바르질라는 지식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이 일상 업무에서 겪는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솔루션 도입 과정에서 첫날부터 실무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며 "비즈니스를 위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대신 비즈니스와 함께 설계했다. 실무자들과 함께 PoC(개념증명)를 구축하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이는 현장 도입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덧붙여 "가능성이 발견되면 최소 기능 제품(MVP) 단계로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며 "초기 피드백을 통해 솔루션을 더 넓게 확장하기 전에 반복 개선하고 다듬어 진정으로 유용한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특히 '내재화된' AI를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만 구현된 AI는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AI 단독으로는 혁신이 아니다"라며 "AI를 통해 재설계된 프로세스에 내재화해야 하며 적절한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기존) 프로세스를 직접 운영하는 팀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입이 중단된다"며 "일관성이 유행보다 중요하고 가치가 눈에 보여야 한다. 사용자가 업무 경감 같은 효과를 체감할 때 AI의 옹호자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스마트 자원 할당' 솔루션을 도입한 바 있다. 스마트 자원 할당 시스템은 제품에 대한 지식, 과거 경험, 가용성, 탄소 배출 영향 등을 고려해 특정 작업에 가장 적합한 현장 서비스 엔지니어를 추천하는 솔루션이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이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AI 모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방식 때문"이라며 "AI 구성 요소는 인내심, 비즈니스 주인의식, 운영·IT·AI 팀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거대한 작업의 한 조각이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에 대해서는 기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실제 현장에서 본 AI는 업무를 대체하기보다는 변화시킨다"며 "대부분의 역할은 자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증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가 반복적이고 가치가 낮은 업무를 가져감으로써 인간은 판단력, 창의성, 협업, 고객 상호작용, 문제해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즉 AI는 업무의 무게중심을 인간이 가장 잘하는 영역으로 이동시킨다"고 말했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AI와 인간이 생산적인 공존을 하기 위해 △AI를 부조종사로 대우할 것 △교육과 투명성에 투자할 것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것 △최종 판단 영역에 인간을 남겨둘 것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AI와 데이터를 잘 결합하면 최적화와 효율화를 통해 탈탄소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해양 및 에너지 분야에서 대부분의 탄소 배출량은 연료 소비에서 발생하는데 이 지점이 AI와 데이터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운영 데이터를 파악해 어디에서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타겟팅된 고영향 감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며 "연료 소모와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효율적 속도, 경로 및 운영 프로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르질라는 △항로 최적화 및 적기 도착 △자동 마이크로그리드 및 스마트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데이터 기반 선박 개조 △엔진 및 발전소 최적화 모델 등에 AI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카차브 총괄 매니저는 "AI 기반 엔진 관리 시스템은 연료 분사, 부하 분산, 엔진 속도를 최적화해 선박뿐 발전소에서도 연료 소비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