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도 흔들리면 어쩌나...삼성 멈추면, 메모리 공급망·AI 산업 '직격탄'

김남이 기자
2026.04.15 17:00

삼성전자 노조 내달 21일부터 총파업 예고..웨이퍼 수만장 폐기·주요 고객이탈 우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단순한 기업 이슈를 넘어 글로벌 AI(인공지능) 산업과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공장 가동이 멈추면 '즉시 재개'가 어렵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은 단기 손실을 넘어 공급망 전체에 구조적인 충격을 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상실'과 '주요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D램 36%, 낸드 플래시(이하 낸드) 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D램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67만5000장으로 3위인 마이크론 대비 2배 이상 많다. 이같이 압도적인 생산능력이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57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배경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사측과 임금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노동조합은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파업 기간 집행부는 평택 사무실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산차질이 칩플레이션 심화 부추길 수도..클린룸 정상화에만 최소 2~3일 걸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그래픽=임종철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AI와 로봇, 데이터서버 산업은 물론 스마트폰·PC 등 메모리를 사용하는 IT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메모리 시장 전체에 공급 불안 신호를 주면서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반도체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스마트폰과 PC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삼성전자 파업에 따라 향후 계약에서 가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파업으로 설비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클린룸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 항온·항습 조건이 무너질 경우 이를 복구하는데만 최소 2~3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정 설비 손상이나 공정 정지로 약액·가스 토출구가 굳으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 또 공정 중단 상태에서 웨이퍼를 제때 반출하지 못하면 '타임아웃(Time-out)'을 넘겨 변질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수만장 단위의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정 설비는 초정밀 장비인 만큼 한 번의 비정상 정지만으로도 공장 전체의 셧다운 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가동률 저하를 넘어 장비 손상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 길어지면 신뢰도에 치명타..고객 이탈 우려도
삼성전자 노사, 교섭 타임라인/그래픽=김다나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AI 수요 확대 국면에서 고객사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어 공급 불안이 부각되면 신규 발주가 경쟁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공급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의 납기가 지연되면 매출 손실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요구도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망 안정성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분기와 반기 단위로 협력사의 성과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물량 배분에 반영한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우선공급계약을 체결한 AMD도 공급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급 불안이 발생하면 고객 이탈과 거래 규모 축소를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경쟁사로 이동한 수요는 장기 계약으로 고착화될 수 있어 회복이 어렵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손실과 시장점유율 하락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를 각각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경제를 흔들 수도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수출은 861억3000만달러(약 128조원)로 월 수출이 처음으로 8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328억3000만달러)이 지난해보다 151.4% 급증한 덕분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해 출하한 뒤 엔비디아에 본격 공급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분기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반등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올해 4분기 흑자 전환 예상도 예측하고 있다. HBM과 파운드리 사업 모두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 차질은 고객 수주와 기술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수행하는 유일한 구조를 갖고 있어 향후 경쟁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며 "호황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사간 타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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