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216,000원 ▼1,500 -0.69%) 노동조합이 40조원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며 파업 엄포를 놓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당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성과급 금액 자체도 문제지만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의 배분 방식을 놓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반도체산업을 볼모로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 수준은 영업이익의 15%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치가 약 300조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급으로 약 45조원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돌아갔던 몫보다 약 4배 많다. 2025년 삼성전자가 주주배당으로 사용한 돈은 11조1000억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인데 종업원들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따로 떼어달라는 요구가 합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인재에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능력과 실적을 기반으로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 노조와 같이 일괄적으로 모든 임직원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달라는 발상은 주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한 R&D(연구·개발) 경쟁을 감안하더라도 노조의 주장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R&D에 투자한 총금액이 37조7000억원이었는데 40조원대의 성과급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45조원은 주요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나 핵심 장비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2020년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당시 금액이 우리 돈 약 48조원이었고 이는 반도체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아울러 국내 기업 역사에서 최대 해외기업 인수로 꼽히는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가 약 9조4000억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45조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다.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은 약 10조3000억원이었다.
이미 평균 연봉(2025년 기준) 1억5800만원을 받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인데 노조의 이런 요구가 사회양극화를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민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편성한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약 26조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45조원 규모의 성과급은 부러움을 넘어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 실제 파업이 강행된다면 피해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삼성전자의 협력사 직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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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번 노조의 요구 대상이 임금이 아닌 성과급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된다.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임금이 아닌 '이익 배분'의 룰을 바꾸기 위해 생산 라인을 멈추는 것은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과 인센티브(OPI·옛 PS)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과 인센티브가 근로 성과의 사후적 정산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로서,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또는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아니며 임금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노조는 "SK하이닉스(1,128,000원 ▼27,000 -2.34%)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주겠다"는 회사측 제안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에 대한 '상한선 50%(연봉 대비)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교섭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달 23일에는 대규모 집회, 5월21일에는 총파업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