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지출을 줄이는 2030세대가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 '미식 소비'에는 오히려 소비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특별한 경험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성향이 확산하면서 이를 프랜차이즈 등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려는 '듀프(Dupe·Duplication의 준말) 소비' 수요까지 맞물리는 모습이다.
27일 NH농협은행이 발간한 NH트렌드+보고서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한 셰프 레스토랑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결제 건수가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평균 결제액이 급증한 것이다. 전체 외식업 결제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미식' 관련 소비만 확대된 셈이다.
특히 2030세대가 전체 미식 소비의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인 외식지출은 줄이더라도 의미있는 경험에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선택적 소비' 성향이다. 다만 5만원 이하 결제 건수가 절반 이상으로 나타나 필요 이상의 소비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 식품·외식업계는 유명 셰프와 협업한 제품을 내세워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식 소비' 경험을 충족하면서도 과소비를 경계하는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버거킹이다. 유용욱 셰프와 협업해 선보인 '스모크 비프립 와퍼'는 출시 약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셰프의 훈연 바비큐 노하우를 접목해 파인다이닝에서 경험할 수 있는 풍미를 버거 패티에 구현한 점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맘스터치가 중식대가 후덕죽과 선보인 '후덕죽 셰프 컬렉션'도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었다. 롯데리아 역시 지난 17일 이찬양 셰프와 신제품 '번트비프버거'를 출시하고 셰프 고유의 개성과 콘셉트를 메뉴에 반영했다. 버거류는 미식에 관심이 높은 2030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특징과도 맞물린다.
편의점도시락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도 셰프와의 협업이 빠르게 확산한다. CJ제일제당이 최강록·윤나라 셰프 등과 선보인 '흑백요리사 셰프 컬렉션'은 누적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마트24가 박은영 셰프와 협업한 '여신마라샹궈'는 SNS(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며 출시 직후 즉석식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같은 성과를 '듀프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한다.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체품을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셰프 레스토랑은 가격과 접근성 측면에서 제약이 있지만 협업제품은 합리적으로 '근사한 한 끼'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사한 협업의 형태가 단기간에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피로감도 나타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또 셰프 협업이냐" "셰프 이름만 빌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메뉴 완성도에 대한 평가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