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뚫린 전기차 방어선[기자수첩]

한국만 뚫린 전기차 방어선[기자수첩]

강주헌 기자
2026.04.28 05:50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 시장은 해볼 만하다는 겁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이 말에는 위기감과 탄식이 섞여 있었다. 각국이 중국의 전기차 물량 공세에 대응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앞다퉈 마련하는 동안 우리 정부만 '무혈입성'이 가능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산업을 방어하고 있다. 보조금과 관세 장벽을 동원해 자국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산 자동차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된 전기차 물량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관련 보조금 기준은 이런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물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월하다면 소비자들에게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수년째 기부금 0원을 기록하며 사회적 기여도 측면에서는 비판받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대비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판매량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브랜드의 장기 전략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택은 냉정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넘어 국가 경제에까지 타격을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산 전기차들이 국내 시장을 교란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완성차업체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생태계 뿌리를 형성하는 부품업체와 하청업체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초래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한번 무너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은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를 선점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국가 단위의 보호무역 파고를 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기업들이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만큼이나 정부도 우리 안방을 위협하는 저가 공세로부터 국내 산업 생태계를 지켜주는게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보조금·관세 등 활용 가능한 제도적 장치는 많다. 그간 우리 제조업을 든든하게 떠받쳐온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정부의 결단이 무엇보다는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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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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