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원유수급 불안·정부 물량통제 이중고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이 미국-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원유수급 불안에 수출제한 조치까지 맞물린 결과다.
2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정유 4사의 전체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3652만7000배럴에 그쳤다. 전월(4440만4000배럴) 대비 17.7% 감소한 수치다.
제품별로 보면 휘발유 물량이 690만5000배럴로 전월 대비 34.5% 줄었다. 경유(-13.1%)와 항공유(-14.4%) 등유(-54.4%) 등 주요 수송용 수출물량도 일제히 급감했다. 발전·선박용은 물론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되는 중간유 제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벙커C유와 나프타의 수출물량은 각각 34.3%, 33.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28일 이란사태가 발발한 후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진 영향이다. 중동산 의존도가 73%에 달하는 구조에서 원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석유제품 수출물량도 함께 축소된 셈이다. 실제로 원유 수입량은 지난 2월 8356만8000배럴에서 3월 7890만6000배럴로 줄었다.
여기에 정부의 수출관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료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 수출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100% 이내로 제한했다. 나프타 역시 수출제한 대상으로 지목됐다.
석유제품의 수출가격은 유가급등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다. 등유의 단가는 2월 배럴당 90.04달러에서 3월에 191달러로 112.1% 급등했다. 아울러 항공유(106.6%)와 경유(97.1%) 휘발유(65.0%) 나프타(48.8%) 벙커C유(37.5%) 등도 뛰었다. 수출물량 감소에도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업계에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석유제품의 수출부진이 지속된다면 구조적 침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이라며 "원유 도입량 감소로 생산이 줄면서 수출여력 자체가 축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원유 도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스프레드(차이)가 배럴당 80달러까지 벌어지며 정유사 입장에선 수출을 늘릴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였는데 이같은 상황이 중장기로 이어지면 생산기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