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륜 법무법인(유한) 대륜 관세전문위원 법률칼럼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의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 관세 환급 조치가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CBP는 1단계 환급 요청을 위해 수출입통관 시스템(ACE) 내 통합 환급 처리 기능(Consolidated Administration and Processing of Entries, CAPE)을 구축했으며, 환급금은 자동계좌이체(ACH)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과거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는 기회라며 안도하는 시각이 많지만, 실무 현장의 기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신규 환급 시스템을 통한 관세 환급 신청부터 환급 이후 전개될 미국의 파상적인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까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실무적 쟁점은 이번 환급이 행정청의 자발적 조치가 아닌 기업의 능동적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CBP는 환급 신청 자격을 수입신고자(IOR) 및 수입신고자가 지정한 통관대리인(Broker)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만약 한국 본사가 상거래상 실질적인 관세를 부담했더라도, 서류상 수입신고자가 아니라면 환급신청을 할 수 없다. CBP의 환급 신청 기준은 상거래상의 비용 분담 관계보다 수입신고서상 명시된 수입신고자 지위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급금이 지급된 이후 본사와 현지 법인, 혹은 유통사 간의 귀속 주체를 두고 발생할 수 있는 이견을 사전에 정밀한 계약으로 정리해두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이 부담한 관세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환급 대상의 선정 기준 또한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1단계 환급 대상은 미정산이거나 정산 후 80일이 지나지 않은 수입신고 건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정산 후 80일 경과건, 사후수정신고 건(PSC), 이의신청 건(Protest), AD/CVD 부과 건 등의 경우 이후 단계에서 별도 검토될 예정이다. 기업이 자사 수입 건의 상태를 면밀히 분류하지 못한 채 섣불리 1단계 신청에만 의존할 경우, 행정적 누락으로 권리 상실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시스템이 수용하지 않는 비전형적 사안들을 관리하고 이후 CBP 에서 환급을 거부하는 경우 사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향후 과제인 셈이다.
더욱 본질적인 위협은 환급이라는 눈앞의 보상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거시적 통상 전략이다. 현재 미 행정부는 무역법 제122조에 기반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무역법 제301조 조사 역시 유례없는 강도로 진행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구조적 과잉생산을 명분으로 16개국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강제노동 관련해서도 60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형식적으로는 국가 간 통상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개별 기업의 생산 및 공급망 전반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의 조사와 후속 조치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산업·품목별 사례를 통해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관세 및 규제로 연결해 기업의 경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를 단순한 국가 간 갈등으로 치부하기보다, 자사의 공급망과 거래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대응이 요구된다.
결국 이번 IEEPA 국면에서의 대응은 단순한 환급 신청 대행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 본사와 미국 법인 간의 상거래 정산 구조를 법리적으로 재진단하고, 과거의 관세 실무 자료가 미래의 통상 분쟁 시나리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적 컴플라이언스가 핵심이다. 구조적 과잉생산 조사부터 강제노동 규제까지, 갈수록 고도화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파고 속에서 기업은 환급 이후의 연쇄적 규제까지 내다보는 구조적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