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장 가동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 투입에 나선다. 테슬라 인공지능(AI) 칩 물량을 확보하며 양산 기반을 갖췄다. 올해 하반기 시범 생산 등을 거쳐 파운드리 사업의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6월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공장)에 대규모 주재원을 파견한다. 주재원 파견 인력만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파견근로자와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백명 규모의 인력이 현지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는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장비 세팅에 돌입하고, 9월 시범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고객사 제품을 양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현지에서 주요 장비 반입을 진행하고, 팹 인근에 창고 용지 확보 등 양산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 인력 채용 역시 확대 중이다.
테일러 팹은 삼성 파운드리가 약 37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입해 조성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2나노(㎚·10억분의 1m) 이하 선단 공정 생산기지로 육성될 예정이다. 당초 2024년말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수주 확보 지연 등으로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가장 중요한 일감은 확보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약 165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테이프아웃(설계완료)을 마친 AI5 칩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함께 내년부터 양산하고, 후속 제품인 AI6는 올해 말 설계 완료를 목표로 삼성 파운드리가 단독 생산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테일러 팹의 정상 가동과 수율 확보가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에만 수조원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의 실적이 정상화만 돼도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또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를 동시하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가치도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에서도 '테일러팹 정상 가동에 삼성 파운드리가 사활이 걸려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양산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공장가동이 시작되면 감가상각 비용이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수익성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파운드리 시장은 AI 사업 확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188억달러(322조원)로 지난해 대비 24.8% 성장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AMD, 테슬라 등이 선단 공정 수요를 이끌고 구글과 아마존, 메타의 자체 AI 칩 개발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2위는 삼성 파운드리에게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날 삼성 파운드리와 긴밀하게 협력 중인 케이던스는 올해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1%(지난해 4분기 기준)로 1위인 TSMC(70.4%)와 격차가 큰 상황이다.
경쟁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TSMC는 2029년까지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특히 고가인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가 당분간 불필요하다고 언급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가의 장비 사용이 줄수록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존재감을 잃었던 인텔도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18A(1.8나노미터급) 공정을 앞세우고 있다. 엔비디아가 인텔에 투자한 데 이어 테슬라는 테라팹 프로젝트를 인텔과 함께 진행한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노동조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파업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노조가 집회를 진행한 당일 야간 시간대 파운드리 부문의 생산실적이 약 58% 줄었다. 파운드리 공정은 웨이퍼 이송 등에서 메모리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 관계"라며 "파업 등으로 인해 공급 계약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