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KAI(한국항공우주)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방산과 우주산업까지 포괄하는 '챔피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한화그룹의 KAI 인수설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KAI 주식 10만주(0.1%)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한화시스템 등 자회사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한 것에 이은 추가 매입이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관계사 포함)의 KAI 지분율은 5.09%로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분율이 5%를 초과하면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올해 연말까지 KAI 주식 매입에 총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추가 취득을 완료하게 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율은 6.43%가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AI 지분 확대는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완제기 및 중·대형 위성 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최초 민간 기술이전 사업으로 개발된 차세대중형위성 2호(차중위성 2호)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위성의 핵심부품 및 탑재체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지궤도복합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본체 및 시스템 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등의 이력 역시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KAI 경영참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K9 자주포 등 육상전력(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군함·잠수함 등 해상전력(한화오션)을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다. KAI를 통해서는 공군전력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다. KAI는 최근 KF-21 양산 1호기를 공개했고 T-50, FA-50, 수리온 등을 글로벌 방산 시장에 공급해왔다.
특히 한화그룹은 '발사-위성-데이터-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우주 밸류체인을 통한 '한국판 스페이스X' 구축을 노리고 있다. 발사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위성 제조(한화시스템 등)→영상 판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해온 한화그룹이 KAI와의 협력을 통해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화그룹의 KAI 지분 매수가 인수까지 이어질 지 여부로 쏠린다. 한화는 2018년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KAI와의 지분 관계를 끊었으나, 최근 다시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하며 전략적 관계를 복원했다. KAI의 민영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 속에서, 미래 인수전을 염두에 둔 수가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이고, 국민연금(8.3%)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우주 기업의 대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장이 무인화·지능화되면서 '육·해·공·우주 통합' 방산 기업 육성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3사가 우주사업을 통폐합한 상황이다. 영국의 BAE 시스템스와 미국의 노스롭그루먼그룹은 인공위성 제작 기업과 우주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각각 인수했다. 독일 라인메탈은 최근 뤼르센그룹의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하고 차세대 레이저 무기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유력한 인수주체로 한화그룹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 설립이 필연적인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