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가 반사이익"…암참,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경고'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재개 시점에 맞춰 노조의 파업이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우려가 나왔다. AI(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반도체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산업 안정성 훼손 측면에서 안팎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암참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한국의 장기적인 투자 경쟁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우려를 표명했다. 800여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상공회의소가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파업 문제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산업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암참은 "삼성전자는 AI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첨단 제조,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특히 AI 관련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영 안정성은 글로벌 기업들과 주요 공급망 파트너들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현재 상당수 암참 회원사들이 한국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실제 삼성전자의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면 연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델, HP,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스마트폰·PC·서버·AI 가속기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D램, 낸드플래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애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ASML, 코닝, 듀폰, 3M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소재 분야의 암참 회원사들은 사업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평택·화성 등 주요 사업장에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글로벌 핵심 파트너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매출 손실은 물론 향후 추가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전자 측에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쟁력도 흔들리게 된다. 암참은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안전성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우리 반도체 기업은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암참은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한 번 이탈한 거래선을 되돌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걱정했다.
이는 암참이 최근 발표한 '2026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아시아 지역본부 거점 순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한 단계 하락했다.
응답 기업들은 지역본부·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노동 정책과 규제 예측 가능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등을 꼽았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한국이 아·태지역 핵심 지역본부 및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세종특별자치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협상을 이어간다. 지난 3월27일 협상이 결렬된지 45일 만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상한없는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