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AI 전환…'틈새' 파고든 K-로봇 기업들

하노버(독일)=권다희 기자
2026.05.17 09:00

[산업전환 돌파구, 독일에서 찾다]<2>현실이 된 제조업 AI 전환
③맞춤형 제작·에너지효율 앞세운 로봇 공급망 韓 기업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전환(AX)·녹색 전환(GX)으로 요약되는 산업 변환기이자 '경제안보'로 대표되는 지경학적 전략이 주목받는 시대다.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어떻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독일 하노버 산업 박람회(하노버메세)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운영한 한국관에는 전 세계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AX)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도전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한국 제조업 특유의 정밀함과 독자 기술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장병희 오병 부사장/사진=권다희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신뢰하는 '맞춤형' 로봇 근육

제조업용 로봇의 '근육' 격인 정밀 구동부품을 제조하는 회사 오병은 대형 로봇 제조사가 대응하기 힘든 시장을 공략한다. '규격화된 표준품'이 아닌 '고객 맞춤형(커스터마이징)' 부품 제작으로 틈새 시장을 파고 들었다.

지난달 23일 하노버메세 한국관에서 만난 장경희 오병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대기업들은 대량 생산된 표준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우리는 고객사가 현장에서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세한 요구 조건까지 반영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병은 국내에서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완성차 업체들 공정의 정밀 작업을 돕는 로봇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기계 부품 기업인 THK와 독일의 페스토가 한국 시장 물량을 오병에 맡겨 생산(OEM·ODM)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하노버 메세를 찾은 건 수요처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올해는 독일 로봇 시스템 통합(SI) 업체와 중동 지역 유통사 등 작년보다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하는 바이어들이 찾아와 고무적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철희 유엔디 대표/사진=권다희 기자

'지능형 자석'으로 에너지 효율 '쑥'

한국관에 전시한 또 다른 기업 유엔디(UND)는 '지능형 자석' 기술로 로봇의 한계를 돌파한 강소기업이다. 핵심 제품인 '맥봇(Magbot)'은 자기(Magnetic)와 로봇(Robot)의 결합어로 로봇이 스스로 손(공구)을 갈아 끼우는 자동 공구 교환 장치(ATC)다.

과거의 제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컨베이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품종 유연생산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디의 제품은 이런 변화를 공략했다. 기존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한 번에 한 가지 작업만 반복했다면 유앤디의 기술을 쓴 로봇은 한 장소에서 스스로 공구를 바꿔가며 10가지 이상의 복합 공정을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 제고 역시 유앤디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전력 변환 손실이 발생하는 교류(AC) 대신 직류(DC)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낮췄다. 특히 공정 과정에서 자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계속 흘릴 필요 없이, 짧은 순간 전류를 흘려 자력의 경로를 바꾸는 '스위칭' 기술을 보유했다. 한 번 활성화된 자력은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도 강력한 흡착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을 기존 방식 대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유앤디 측의 설명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유엔디는 로봇 기반 자동화가 급속이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 변화에 맞춰 최근 2~3년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철희 유엔디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에어 컴프레셔가 필요 없는 '에어리스 팩토리'와 조명 에너지까지 절감하는 '다크 팩토리(무인화 공장)'를 구현하는 것"이라 했다.

이철희 유엔디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력 유지를 위해 전기를 계속 흘릴 필요 없어 공정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장비/사진=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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