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소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로보틱스 등 신규 시장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2단계 부지 내 약 10만㎡ 규모로 LFP 양극재 전담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 공장을 준공했다. 엘앤에프플러스는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100% 자회사로, 지난해 8월 착공 이후 약 9개월 만의 준공완료다.
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 말부터 본격 양산(SOP)에 돌입한다. 글로벌 LFP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비중국 기업 최초로 대량 조기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밖에 공급망을 둔 수요에 선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연간 3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양산을 시작하고 북미향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장기 물량 확보에 맞춰 2027년 상반기까지 연간 총 6만톤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총 투자액은 6만톤 규모 기준 3382억원이다.
엘앤에프가 양산하는 제품은 고밀도 3세대(PD 2.50g/cc 이상) LFP. 이는 LFP의 고질적 약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를 기술력으로 극복한 제품으로, 단순 저가형이 아닌 고부가 LFP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공급 범위 역시 현재 다수의 고객사와 전력망·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부터 보급형 전기차까지 다양하게 진행중이며, 중장기적으로 추가 증설도 검토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술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FP(인산철) 전구체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며, 차세대 무전구체 공법(Fe2O3, 산화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전구체를 거치지 않고 산화물을 직접 활용해 공정을 단순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와 원재료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허제홍 엘앤에프 대표는 "엘앤에프플러스 공장 준공은 단순한 생산 거점 추가를 넘어 하이니켈 중심의 기존 사업과 LFP 신규 사업이 함께 성장하는 양극재 투트랙 체제의 시작을 의미한다"라며 "본업의 견조한 매출 회복세를 바탕으로 LFP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더해 전기차와 ESS를 아우르는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이번에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4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 혼합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 테스트에서도 충·방전 1000회 이후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하는 성능을 갖췄다. 이는 한자릿수에 머물던 기존 배터리의 혼합비중을 크게 앞서 고용량은 물론 장기적인 성능 유지 역량까지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실리콘 음극재는 높은 에너지 저장용량에도 불구하고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피 팽창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에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는 고유의 실리콘 나노화 기술과 탄소 복합화 기술을 적용해 팽창 문제를 완화하는 상용화 기술을 확보했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전문 기업 팩토리얼과 실리콘 음극재 부문의 협력을 통해 관련 기술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8년 양산공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공정 기술 고도화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는 물론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을 통해 급속히 성장하는 실리콘 음극재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시간 단축을 동시에 요구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과 휴머노이드 로봇, 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신규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은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할 차세대 핵심 소재"라며 "축적된 소재 기술과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사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