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억 성과급? 전액 주식으로…'직원→주주' 효과 노린다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27 18:00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000원(2.68%) 오른 307,000원에, SK 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91,000원(9.31%) 오른 2,243,000원에 장을 마쳤다. 2026.5.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삼성전자 노사협상 결과로 확정된 특별경영성과급은 '영업이익의 10.5%'가 재원이다.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올해 성과급만 1인당 6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 금액을 떠나 '영업이익 N% 성과급'이 다른 기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삼성전자에 도입됐다는 사실 자체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후 금액의 주식 지급' 방식이다. 전체 성과급 규모에 대한 세금은 임직원 각자가 즉시 내야하기 때문에 이 몫은 회사가 현금으로 주지만 나머지는 모두 자사주로 지급된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현금으로 사전 고정 지급하라는 노동조합의 당초 요구가 주주가치 훼손, 비용 구조 경직화 등 여러 부작용 우려를 증폭시켰다면 이같은 보상 모델은 회사의 장기적 가치 증식에 보다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우선 자사주 지급은 직원을 회사의 실제 주주로 편입시킨다. 일반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같아진다는 얘기다. 직원이 마치 회사의 주인인 주주처럼 이익을 떼간다는 이른바 '준주주화'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으로, 이는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며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주식 보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합의는 이런 학계의 제언을 반영해 직원 역시 진짜 주주가 됨으로써 회사의 의사결정과 장기 성장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SK하이닉스(000660)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세 번째로 '트릴리언 클럽'에 합류했다. 27일 오전 9시 31분 SK하이닉스는 9.16%(18만 8000원) 오른 224만 원에 거래 중이다. 시총 1조 달러 이상 글로벌 상장사 14곳 중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곳이 되며, 미국(10곳) 다음을 차지하게 됐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실제로 회사 성장의 과실은 주가 상승으로 연결돼 직원에게 직접 환원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기존 주주의 이익과도 부합한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도 어울린다.

반도체는 호황기의 이익을 차세대 기술 투자에 재투입해야 다음 사이클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다. 직원들간에 주주로서 단기 분배보다 장기 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금 성과급은 지급되는 순간 회사 곳간에서 빠져나가는 일회성 비용이지만 자사주는 직원이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게 만드는 도구"라며 "직원이 주주가 되면 회사가 잘되면 본인 자산도 늘어나는 만큼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가치 제고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매도제한 조치도 중요한 포인트다. 합의안에는 부여받은 주식에 대해 '1/3 즉시 매도 가능·1/3 1년 제한·1/3 2년 제한' 조건이 걸려 있는데 이는 인재유출 방지 효과가 있다. 핵심 인재가 단기 보상만 챙기고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매년 성과급으로 주식을 받으면 그때마다 매도 제한 주식이 이어지는데 중간에 자발적으로 퇴직하면 해당 주식들은 회사에 반환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방식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 년에 걸쳐 정착시킨 모델이기도 하다. RSU는 근속연수와 성과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주식이다. 애플과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핵심 인재 유치와 유지를 위해 RSU를 적극 활용해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 두나무 등 주요 IT(정보기술) 기업과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RSU 제도를 도입해 운영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보상 언어를 쓰게 됐다는 점은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보상 구조를 갖춰야 글로벌 핵심 인력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여명구(왼쪽)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7일 경기 용인시 기흥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아울러 자사주는 주가와 현금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전에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R&D(연구개발)와 시설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타이밍 산업'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연구개발에 약 148조원, 시설투자에 매년 40조~50조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왔고 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노조가 처음 요구한 대로 영업이익의 15%를 매년 현금으로 고정 지급해야 한다면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기술 투자에 재투입할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 재계에서는 자사주 지급 방식의 성과급이 다른 기업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노조의 성과급 확대 요구와 주주가치 보호,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 등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