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결단' 이재용 회장…삼성, 올초부터 "이익 나눠야" 사회공헌 논의

박종진 기자
2026.05.31 10:3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투표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부부의 사전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던 사진기자 취재진의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돼 언론에 노출됐다. 2026.05.29.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전 국민적 우려를 낳았던 초유의 파업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삼성전자 경영진은 근본을 다시 성찰했다. 삼성 창업 이래 뿌리가 돼온 '사업보국'과 '인재제일' 경영철학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5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 투자 계획이 나온 배경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부터 다양한 사회 기여 방안을 검토해왔다. 3월 말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예년과 다른 수준의 사회공헌을 계획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기록적 영업이익이 가시화되자 성과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어떻게 나눌지 고민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천문학적 실적이 확실시되면서 이를 국민과 고객, 지역 공동체와 나누면서 선순환하는 방법을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제품 고객에 대한 보상판매 혜택을 대폭 강화하는 프로그램,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등을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파업 위기가 커지면서 논의는 중단됐고 삼성전자 이익을 둘러싼 국가적 논란이 거셌던 만큼 사회적 책임 문제도 전방위적으로 재검토됐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향후 5년간 5조원이 투입될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 경영철학과 직결된다. 2, 3차 중심의 중소 협력사 지원 등과 함께 취약계층·영세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확대까지 추진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저리대출과 기술지원 강화는 물론 형편이 어려운 일반인들에게도 기업 출연을 바탕으로 생활자금 저리 대출 등이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남대 드림클래스 현장을 방문해 중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이번 대규모 상생기금 투자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결단이다. 이 회장은 조부인 이병철 창업회장과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이 다진 토대 위에 사업보국 정신을 쌓아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평소 '기업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의 본질에 집중해 세금 많이 내고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로 애국하는 게 사명'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위기마다 삼성의 근간인 사업보국 정신이 돌파구가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5년간 6만명의 채용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본격화되기 전이었고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이었지만 이 회장의 지시로 삼성은 채용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했다.

미래세대 육성에도 애정이 각별하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으로 마련된 '드림클래스'(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과외 프로그램) 등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현장을 직접 찾는 등 관심을 쏟아왔다. 과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할 때는 개인 돈을 내놨다. 5조원 투자의 한 축으로 '미래 인재 육성'이 자리잡은 건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기여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와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고 준법감시위원회는 말 그대로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을 감시하는 독립적·자율적 위원회다. 기여 방식을 회사가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외부와 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으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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