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에너지통'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영입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산업에 힘을 주는 상황 속에서 정책과 현장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며 그룹 차원의 전력·에너지 전략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SK는 1일 정 전 사장을 SK㈜ 미래성장 담당 사장 겸 SK하이닉스 에너지TF(태스크포스) 사장으로 선임했다. SK는 정 사장의 임명 배경에 대해 "전력과 에너지 전략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에 대한 인사"라며 "그룹이 추진 중인 전력과 에너지 및 반도체 공장 구축 등 미래 성장 사업 경쟁력 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965년생인 정 신임 사장은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약 26년간 산업·에너지 정책 분야에서 공직 생활을 한 에너지 전문가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 에너지산업정책관과 통상교섭실 자유무역협정(FTA)정책관 등을 거쳐 2018년 한국가스공사 사장, 같은해 10월 산업통상부 차관, 2021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SK가 정 사장을 영입한 것은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전력'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를 함께 묶는 게 그룹의 주요 전략이 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국회 강연에서 "AI 발전의 '보틀넥(병목현상)'은 자본과 전력,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네 가지가 핵심 변수"라며 "돈이 있어도 전기가 있어야 데이터 센터를 만든다"고 강조했었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의 한국전력공사 경험을 이번 영입의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전력망과 전력 수급, 에너지 전환 문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SK의 미래 사업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재직 당시 전력 산업 구조의 변화 자체를 미리 준비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부임 이래 첫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전력혁신본부'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탄소중립전략처'와 '지속성장전략처'를 배치했다. 당시만 해도 전력망과 탄소중립 문제가 지금처럼 핵심 산업 이슈로 부각되기 전이었음에도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전력 공급체계를 혁신하는 목표를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거시 정책과 산업 현장을 동시에 꿰뚫는 시야를 보유한 인물이어서 SK의 AI용 전력 확보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흐름을 읽는 데 강점이 있으면서도 디테일이 굉장히 강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산업부 '3대 수재'로 불린 이유다.
정 사장은 그룹 주요 사업의 전력 인프라 대응과 중장기 에너지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용인시 이동읍과 남서읍에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이 들어설 예정이며, 일반산단 역시 송전망 인프라 구축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 전력망 구축, 계통 연결, 계열사 투자부터 인허가까지 '전력 전략'이 SK그룹 차원의 과제가 된 만큼 정 사장의 역할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을 두고 "실무진 입장에서는 늘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정도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타일"이라며 "전력 산업 전반을 개선하는 데 항상 관심이 많았던 만큼, SK의 AI용 전력 확보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