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경영진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국내 회동이 추진되는 가운데 CCL(동박적층판) 공급문제가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차세대 AI(인공지능) 플랫폼 양산을 앞둔 엔비디아가 두산과의 공급망 협력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로보틱스분야 협력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두산그룹의 AI사업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3일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 4일 방한 예정인 황 CEO의 국내 회동이 추진된다. 황 CEO가 오는 7일 두산베어스의 야구경기에서 시구를 하는 것을 계기로 양사 경영진의 만남이 성사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황 CEO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안정적인 CCL 확보'로 알려졌다. CCL은 PCB(인쇄회로기판)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로 절연판 위에 얇은 구리막을 입힌 판재다. 두산 전자BG(Business Group·사업부문)는 회로박을 공급받아 AI 가속기용 CCL을 생산한 뒤 PCB 제조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Vera Rubin)의 본격 양산을 앞둔 만큼 안정적인 CCL 물량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AI 가속기와 초당 800Gb(기가비트)급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성능 CCL 확보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실제 두산 전자BG의 AI 가속기용 CCL 생산공장인 충북 증평공장과 경북 김천공장은 1분기 기준 각각 가동률 122%, 106%를 기록해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두산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신규 CCL 생산기지를 구축 중인 만큼 양측이 앞으로의 공급량 확대를 논의할 수도 있다.
양사의 협력은 로보틱스분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두산로보틱스와 엔비디아는 이미 로봇 AI분야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황 CEO는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스 나이트' 행사에서 한국 로보틱스 기업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기업과 370㎿(메가와트)급 스팀터빈과 발전기 각각 4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해당 설비는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가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연관됐을 것이라고 본다. 시장에서는 이를 포함해 최소 5건 이상의 계약이 xAI와 연결됐다고 추정한다.
장기적으로는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AI 시대 핵심 전력원으로 주목받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 핵심 주기기 제작역량을 보유했으며 SMR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총 8068억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에 전용 제작시설을 구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