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은 스타일러로, 세탁은 워시타워로…대만 사로잡은 LG

타이베이(대만)=최지은 기자
2026.06.09 10:09

대만 소비자 생활양식 반영한 현지화 전략 성과…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8층에 마련된 LG전자 매장./사진=최지은 기자

"대만은 경제 규모는 작지만 고급 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김건일 LG전자 대만법인장)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8층에 들어서자 중앙에 자리잡은 LG전자 매장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탁트인 매장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부터 공기청정기와 제습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는 제품을 체험하거나 상담을 받는 현지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 법인장은 "코로나19(COVID-19) (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LG전자 대만법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G전자는 AI(인공지능) 가전과 현지 맞춤형 제품을 기반으로 대만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타워형 세탁기 'LG 워시타워'가 대표적이다. 대만의 좁은 주거 환경과 전기요금 부담 등을 고려한 제품으로 LG전자의 대만 세탁기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견인한 주력 제품이다.

김 법인장은 "대만은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고효율 가전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전제한 뒤 "(LG 워시타워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AI가 세탁물의 오염 정도를 분석해 세탁 과정을 최적화한다"며 "절감된 에너지 사용량은 LG씽큐(LG ThinQ) 앱을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제품인 만큼 출시 초기에는 시장 안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출시 1년 만에 현지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오는 7월에는 글로벌 시장 최초로 25인치 LG 워시타워가 대만에 출시된다. 현지의 좁은 베란다 구조와 이불 빨래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제품이다. 제품 크기는 줄이면서도 세탁·건조 용량은 키워 공간 효율성과 활용도를 높였다. 김 법인장은 "대만은 복도와 문을 여러 차례 통과해야 하는 집 구조가 많다"며 "현지 주거 환경을 분석한 결과 제품이 통과할 수 있는 최소 폭이 65㎝라는 점을 확인해 직접 본사에 개발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김건일 LG전자 대만법인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8층의 LG전자 매장에서 LG워시타워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스타일러 역시 현지 소비자들의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오토바이 이용률이 높은 대만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먼지나 오염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현관 근처에 스타일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연평균 습도가 75%에 달하는 기후 특성도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땀 냄새가 배기 쉬운 오토바이 헬멧을 스타일러로 관리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김 법인장은 "대만은 한국 시장을 제외하면 스타일러 판매량이 가장 많은 국가"라며 "스타일러를 세탁기처럼 대만의 생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게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소형가전 분야에서는 대만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는 글로벌 매출의 50% 이상이 대만에서 나온다. 김 법인장은 "대만은 소비자 반응이 빨라 새로운 시도를 검증하기에 적합한 시장"이라며 "성공 사례는 물론 실패 경험까지 축적해 다른 해외 법인으로 확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대만법인은 구독 사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2024년 7월 실증사업(PoC)을 시작한 이후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게 특징이다. 세탁기 관리 편의성 개선이나 에어컨 유지·보수 수요 등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구독 사업은 고객 경험을 제품 혁신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 원동백화점 8층 LG전자 매장에 전시된 스타일러의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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