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 인상·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회사채 발행 등 중장기 재무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주가와 금리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시장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자금 운용 전략에 신중을 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회사채 차환 부담 확대부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으로 한 단계만 더 하락할 경우 발행 채권의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차입금 규모가 9000억원을 웃도는 한화솔루션은 최근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채무 상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실적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 기조는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외부 자금 조달을 최소화하고 비핵심 자산과 저수익 사업 매각에 나선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파키스탄 법인(LCPL)과 수처리 필터 사업 등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LG화학 역시 지난해 수처리 필터 사업 매각에 이어 최근 에스테틱 사업 매각을 완료했다.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이차전지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전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삼성SDI와 SK온의 CAPEX도 지난해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차입 여력을 미리 확대해 두는 사례도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업어음(CP) 발행 한도를 3000억원으로 늘리고 금융기관 차입 한도 약정 금액도 11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확대했다. 실제 차입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 조달 창구를 넓혀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견조한 시장 평가를 바탕으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LG전자는 당초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2조25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별 신용도에 따라 자금 조달 여건이 뚜렷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 자금 운용 효율화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외부 조달 필요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 상황과 투자 기회에 따라 주식, 회사채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