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탓에 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의 흑자 전환 시점이 2028년 정도로 늦어질 수 있다는 자체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사업부 실적을 기반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이 각 사업부의 인건비로 반영되면서 적자 사업부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DS부문 직원의 사업부 간 이동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이날 파운드리 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현안설명회를 열었다. 발표에 나선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기존 성과급 체계 기준으로는 내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면서도 "새로 체결한 특별경영성과급을 반영하면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적자는 2027년까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7일 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을 담은 '2026년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DS부문에서 340조원의 누적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평균 6억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같은 DS부문 내에서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의 예상 성과급은 1억8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같은 사업부문 내에서도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격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적자 사업부에 대해 차등 지급 제도(공통부문 지급률의 60%만 적용)도 도입된다.
문제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역시 각 사업부의 인건비로 회계 처리된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인력이 약 1만4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연간 수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던 파운드리 부분이 흑자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는 매우 큰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통부문에서 파운드리·시스템LSI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까지 각 사업부 인건비에 반영될 경우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며 "메모리 사업부가 높은 수익을 낼수록 비메모리 사업부의 회계상 적자는 확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설명회에서 DS부문 내 사업부 이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 자체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제외하면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4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2나노 첨단 공정 수주가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코드명 '아이스피시(Icefish)'로 알려진 10세대 TPU(텐서처리장치) 일부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심 연산 칩은 TSMC의 1.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연산 칩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메모리 입출력(I/O) 다이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 파운드리는 HBM4용 4나노 베이스 다이 생산을 통해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3분기부터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그록3' 출하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해당 칩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 파운드리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AI 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AI 칩 'AI5'를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AI5는 TSMC와 삼성전자가 함께 생산하지만 후속 제품인 AI6는 삼성전자가 단독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과 협력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최근 앤트로픽 투자 유치에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했다. 당시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스토리지, 로직 칩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앤트로픽이 언급한 '로직 칩'이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