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달 탐사선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우주 태양광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태양광 기업들도 우주 에너지 연합을 결성하고 위성용 페로브스카이트 개발에 나섰다.
16일 중국전문가포럼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업체 GCL그룹과 트리나 솔라 등은 최근 설립된 '우주 에너지 개발 연합'에 참여했다. 또 JA 솔라와 사이우테크놀로지, 선전 S.C. 신에너지 테크놀로지 등도 연구기관들과 함께 '우주 에너지 기술 생태계 연합'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의 상용화를 통해 우주 태양광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광 발전 효율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다. 기존 우주용 태양전지로 사용돼온 갈륨비소 계열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높고 수명이 짧은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방식 대비 비용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무게도 약 50% 줄일 수 있어 비용·경량화를 추구하는 상업 우주산업 수요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상용화된 탑콘(TOPCon) 기반 실리콘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층한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이다. TOPCon은 현재 고효율 태양광 시장의 주류인 N형 태양전지 기술로 전기를 생산하는 탠덤 셀의 하부 셀로 활용되는 구조다.
실제로 GCL그룹은 이달에 2042㎠ 규모의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모듈 인증 효율이 30.23%에 도달해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현재 1G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과 전고체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탑재한 위성을 발사해 1년 동안 운영할 계획이다.
트리나 솔라도 2030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과 TOPCon 3.0 기술을 병행 발전하는 기술구축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쿼터(Microquanta)와 우트모라이트(Utmolight) 역시 100MW(메가와트)급의 생산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며, 렌신솔라(Renshine Solar)도 모듈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자금 9077억원을 투입해 유일하게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탠덤 파일럿라인 업그레이드와 양산 검증에 963억원, GW급 탠덤 양산라인 구축에 3994억원, 한국 진천공장의 TOPCon 전환에 412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지상용 탠덤 셀의 2029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우주 태양광 분야로 기술 확장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한화큐셀 독일법인은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가 참여하는 우주 과학기술 실증(SSTEF-1)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참여해 탠덤 셀 샘플을 제공하기로 했다. 달 탐사선 표면에 한화큐셀의 탠덤 셀 샘플을 설치하고 우주 환경에 노출시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각국이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양산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는 기업이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실리콘 모듈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과 정면으로 가격 경쟁을 벌여 이기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탠덤의 경우 공정 표준이 아직 고정되지 않았고 효율과 열화율, 금융조달을 좌우하는 변수가 셀 가격이 아니라 장비와 소재, 공정 노하우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