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케미칼이 고부가가치와 친환경을 앞세운 '스페셜티 소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나아가 고기능성·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올해 1분기 울산공장에 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TPC)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TPC는 방탄복과 항공우주 소재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섬유인 아라미드의 핵심 원료로 애경케미칼은 내에서 유일하게 TPC를 독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 아라미드 업체들은 대부분 TPC를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애경케미칼 울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국내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애경케미칼은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등 국내 아라미드 생산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해외 고객사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히 애경케미칼은 TPC 생산에 광염소화 공법을 적용했는데 이는 기존 공정 대비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친환경 생산 역량이 차별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아라미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애경케미칼 TPC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성장하는 대표적인 수요처로는 미국의 광케이블 시장이 꼽힌다. 미국은 대규모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와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광케이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아라미드는 광케이블의 강도를 높이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방산 소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 역시 애경케미칼이 공들이는 분야다. 애경케미칼은 2024년 바이오매스 기반 나트륨이온배터리(SIB)용 하드카본 음극재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공개했다. 현재 고객사 파일럿 테스트 대응을 위해 전주공장에 연산 1300톤(t) 규모 생산설비를 증설 중이며, 향후 생산능력을 2만톤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나트륨이온배터리 상용화에 대비해 하드카본 음극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나트륨이온은 리튬이온보다 입자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는 입자 간 간격이 좁아 나트륨 이온의 이동에 한계가 있다. 반면 하드카본은 상대적으로 넓은 구조를 갖고 있어 나트륨이온배터리용 음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구조로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애경케미칼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2023년 1.28%에서 지난해 1.6%까지 끌어올렸다. 연구개발 비용도 소폭 확대했다.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 것이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애경케미칼은 친환경·미래에너지 소재 시장을 겨냥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시장 수요 중심의 스페셜티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